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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지진과 함께하는 삶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업무차 혹은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할 일이 생겨 최신 정보를 알아보려 검색해 보면 '일본 7월 지진 예언' 관련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이 소문이 확산하며 여행 취소가 늘어나고 고객이 줄어 홍콩 항공사에서 일본 노선을 줄인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 정말로 7월에는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인가? 대지진 발생 여부는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2~3일 정도 짧은 기간 일본에 머물면서 지진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한 달 정도만 생활해 보아도 두어 차례 지진을 맞이하게 되고 지진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게 된다. 처음에는 땅이 흔들린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자다가 일어나 피난처를 찾기도 하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 일본인이 평안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도 점점 지진에 대해 무디어지게 된다. 지진이 점차 생활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다 보니 TV 방송에서는 수시로 지진 대피 요령을 안내하고 있으며, 어느 지역에 가든지 지진 발생 때 대피 장소가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지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진에 대한 교육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일본의 아이들도 한국과 차이 없이 3살이 되면 유치원에 입학한다. 필자의 큰아이도 3살이 되면서 4월에 일본의 공립 유치원에 입학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5월의 어느 날,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일본어가 서투른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늘 걱정이 되었기에 다른 일정을 모두 제쳐두고 참관 수업 시간에 맞추어 유치원에 방문했다. 처음에 도착하니 학부모들은 교실이 있는 곳이 아닌 운동장으로 안내되었다. 참관 수업인데 왜 운동장에서 기다리라고 하는지 궁금한 마음이 커지는 순간, 유치원 스피커에서 지진 모의 훈련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울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교실마다 문이 열리더니 보호 모자를 쓴 아이들이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한 줄로 차분하게 줄을 서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한눈팔고 두리번거리는 아이 하나 없이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리 애도 있었고 그 광경을 보고선 '역시 여기는 일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참관 수업 첫째 시간이 지진 대피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상이다 보니 언어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에게 지진 대피 요령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체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게 교육했다는 것이다. 보통 3살짜리 아이들은 부모가 눈에 보이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어리광을 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진 대피 훈련을 하는 도중에는 아빠, 엄마를 보고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어떠한 교육 방식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진에 대한 위기의식은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많은 외국인이 학업을 멈추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필자는 그대로 남이 있기로 하고 주변의 일본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지진이 무섭지 않냐고, 안전한 곳으로 피난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돌아온 답은 아주 간단했다. 지진이 무섭긴 하지만 지진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지진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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