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최운열 회장 “회계 신뢰 회복, 제도 정비부터 시작”
공공·비영리 회계까지 포괄하는 회계기본법 추진…“2~3년 내 입법 로드맵”
감사비용 덤핑·조례 완화에 우려…“감사위원도 책임의식 가져야”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내 회계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고, 회계의 공공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그 핵심에 '회계기본법' 제정이 있다. 공공·비영리 영역까지 포괄하는 통일된 회계 기준과 감독체계를 통해 국가 전반의 회계 인프라를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회계정책은 소관 부처도, 적용 기준도 각기 달라 체계성이 부족하다"며 "회계기본법은 국가 차원의 회계정책을 일관되게 수립·집행하는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기관, 소규모 기업, 공익법인 등 다양한 주체에 공통의 회계 원칙을 적용해 감사 품질과 회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해 회계기본법의 법체계 구조 분석을 마쳤고, 하반기부터는 2차 연구에 돌입한다. 이 단계에서는 해외 입법례와 국내 실무 적용 가능성을 비교 분석하고, 회계 주체별로 필요한 조항과 입법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회계기본법이 포함돼 있어 입법 추진의 명분은 충분하다"며 "제정법인 만큼 2~3년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 노력은 법 제정 외에도 다양한 현안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조례 개정 문제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면서, 세무사도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손질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회계사와 세무사의 업무는 의사와 수의사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인데, 이는 회계감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위탁사업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이미 여야 의원들이 동일한 내용을 발의하고 있고, 국고보조금법에도 유사 조항이 존재해 입법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감사 수임가 하락 문제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최 회장은 "감사계약을 따내려면 기존 단가보다 30% 이상 낮춰야 한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큰 기업도 수임가 인하를 요구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출혈 경쟁은 회계법인 모두의 문제이며, 빅4부터 책임감을 갖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임 단가를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선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때 비용보다 실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감사 실패는 감사위원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입 회계사의 진입 장벽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그는 "현재 빅4 회계법인이 수용 가능한 수습 회계사 인원은 약 700명, 전체를 다 합쳐도 800~900명에 불과하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이며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한 선발인원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내부적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정치 아카데미' 설립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정치화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이는 회계사의 공공 참여 확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청년 회계사와 여성 회계사들 사이에서 지방의회나 국회 진출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소양 교육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며 "예산 편성, 입법 절차, 공공정책 설계 등 기초 교육을 통해 회계사의 공공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사가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본시장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회계기본법 제정과 현장 개선 노력을 통해 회계사가 자본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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