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美 나파밸리 '스택스 립 와인셀라'
우아한데 대담하다. 아니 반대다. 잘 익은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대담함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우아하다. 포도송이를 한 입 가득 깨어문 듯 과즙이 가득하면서 절제되어 있고, 풍미는 섬세하면서 복합적이다. 50년 전 '파리의 심판' 심사위원이든, 2020년대에 한 잔을 받아든 소비자든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여운은 길다. 지금 바로 마셔도, 10년쯤 뒀다 마셔도 좋겠다. 미국 나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헤드 와인메이커 마커스 노타로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와인의 스타일은 따로 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의 특성과 잠재력을 가능한 드러내는 것"이라며 "스택스 립의 와인은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이며, 우아함과 구조감의 균형을 세련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부터 스택스 립의 와인메이킹을 맡고 있다.
1970년에 설립된 스택스 립은 초기엔 작은 가족 와이너리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76년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을 하면서다. 설립 후 6년 만인 신생 와이너리가 3년 차에 만든 'S.L.V. 카베르네 소비뇽' 1973 빈티지가 보르도 특급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오브리옹'을 모두 제쳤다. 이는 스택스 립 와인 셀라는 물론 미국 나파밸리를 세계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만들었다. 당시 우승했던 S.L.V. 카베르네 소비뇽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이자 '미국을 만든 101가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스택스 립은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에 인수되면서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됐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인수작업은 올해 마무리를 지었다. 국내에서도 수입사 아영FBC가 스택스 립 와인을 공식 론칭했다.
이제 스택스 립의 전설적인 카베르네 소비뇽 열전이다.
먼저 '페이(FAY) 카베르네 소비뇽'과 'S.L.V.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페이와 S.L.V는 같은 품종에 포도밭도 나란히 붙어 있지만 개성은 완전히 다르다. 페이가 우아한 숙녀라면 S.L.V.는 진중한 신사다.
FAY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은 붉은 과실과 장미 등 꽃향이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적이다. 2020 빈티지가 다른 해보다 좀 더 힘이 있다고 하는데도 부드럽고 향기롭다.
FAY는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서는 처음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던 네이든 페이를 기리는 의미다. 이 지역은 나파밸리에서도 기후와 토양이 독특해 포도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네이든이 흙 속의 진주를 캐냈다.
S.L.V.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은 검은 과실과 흑연의 미네랄, 흙내음 등 강건하면서 복합적인 아로마가 특징이다. 페이보다 좀 더 구조감이 단단하고 진중한 스타일이다.
마지막은 '캐스크(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S.L.V와 페이 빈야드에서도 최상급 포도만을 선별해 만들었으니 소위 '끝판왕'인 셈이다. 그것도 포도 재배가 뛰어난 해에만 만든다.
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페이 포도밭의 향긋함과 S.L.V의 구조감, 과실미를 모두 가졌다. 블랙 체리와 삼나무, 향신료, 모카 등 복합적인 향이 겹겹이 펼쳐지며, 맛은 풍부하고 농축됐다.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여운이 한참을 이어진다.
아영FBC 관계자는 "스택스 립 와인셀라는 단지 하나의 와인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와인의 기원을 보여주는 정체성 그 자체"라며 "이번 론칭은 미국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으로 정성을 쏟은 결과이며, 국내 와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 위한 전략적 행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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