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 속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수입물가 뛰고 무역적자 보나
위축된 한국 경제에 '이란-이스라엘 사태'라는 하방요인이 추가됐다. 원유의 대부분을 서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물가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테헤란 기습 직후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고 두 나라 간 무력분쟁 국면이 지속될 시 국내 휘발유 가격은 크게 뛸 수밖에 없다.
또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미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안정화 추세를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 경우 원자재 등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우리나라엔 부담이 커진다.
중동 사태 이전부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 초반 또는 1%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수출에 거대 악재로 작용 중인 데다 민간소비 등의 내수가 부진을 거듭하는 탓이다.
정권이 이제 막 바뀌어 내수 살리기 총력 및 트럼프 행정부 상대 관세담판에 나설 태세였다. 그러나 하반기 진입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이란의 보복 공습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경기가 안 좋은데 물가 급등을 염려해야 할 처지다. 경기 부진 속 소비자물가마저 치솟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환율이 비정상 수준으로 오르면 국민과 정부, 기업의 구매력이 떨어진다. 수입물가가 치솟아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거나 적자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 폭이 더 크게 둔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성장률 0%대라도 그나마 지켜내 경기 후퇴(역성장)를 막는 게 관건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572억7000만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3% 줄었다. 수출은 백악관발 상호관세 조처 여파로 4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다만 수입(-5.3%)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흑자(+69억4000만 달러)를 냈다. 하지만 수출 타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액이 불어날 시 무역수지는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정부는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제1 차관은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기재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즉시 가동하고 금융시장, 실물경제, 국제에너지, 외교동향 등 4개 분야에 대한 24시간 상시 점검 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에너지와 수출 등의 실물부문 이상 징후도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유관부처·기관 간 협업 체계를 통해 국내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상상인증권의 최예찬 연구원은 "이번에 이스라엘은 이란이 민감하게 여기는 핵시설을 목표로 했다"며 "현재의 미국은 이스라엘을 강경하게 지지하는 트럼프 행정부라는 점에서 유가와 금 가격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값어치)과 변동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5% 넘게 급등했고 달러 강세, 엔화 강세가 진행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지난 5월 초와 같은 양상"이라며 "이번에도 전면전만 아니라면 단기간의 변동성 확대 후 안정을 보일 수 있다"라는 견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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