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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박수근미술상'의 궤적

/홍경한 미술평론가

강원도 양구 출신의 작가 박수근(1914~1965)은 보통학교만 졸업한 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그러나 그는 서민의 일상을 소박하게 담아낸 향토성 짙은 작품들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독보적 위치를 점했다. 생전보다 사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현재는 누구나 인정하는 '국민화가'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은 박수근이 타계한지 60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해 강원도 양구군과 강원일보,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박수근미술상'도 지난 달 29일 열 번째 수상 작가를 배출했다.

 

'박수근미술상'의 제정 배경은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꼽히는 박수근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데 있다. 선함과 진실을 추구했던 그의 삶과 예술의 자장 안에서 민중의 정서에 뿌리를 둔 조형 언어를 오늘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실현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상의 목적이다.

 

'박수근미술상'은 그동안 서구 중심의 미술 담론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폐쇄적 민족주의에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가들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작가의 철학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며 문화적 주체성 및 시대정신에의 부응 역시 강조해왔다. 때문에 '박수근미술상'은 공로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며 현시대와 호흡하는 작가들에겐 특별한 가치일 수 있었다.

 

이는 박수근이 보여준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잇기 위한 양구군과 박수근미술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한데, 2016년 첫 수상작가인 황재형을 비롯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차기율, 노원희, 홍이현숙 등 모두 상의 취지에 부합했다. 이들은 한국적 미감과 예술적, 사회적 문제의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선보였으며,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동시대 미술환경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색깔 있는 방법론을 내보였다.

 

제10회 수상작가인 오원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 맥락 속 너와 내가 여기-지금, 이곳에 있음을 다뤄온 그는 작품마다 부조리의 존재, 필연성을 상실한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을 녹여 냈다. 그곳엔 경험과 직관의 사고가 배어들었으며, 당대성이 각인되었다. 그래서 공감도도 높았다.

 

공감의 원형은 실존에 관한 자문에 있다. 우리 마음에 내재한 존재의 근원적인 것과 탈각되는 것,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실제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실적인 것들을 실존의식의 테두리에서 풀어낸다. 여기에 '삶의 두께'라는 체험적 질료와 일상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박수근과의 연관성도 읽을 수 있다.

 

'박수근미술상'은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라는 다양한 긴장 관계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수상작가들은 창작의 동기부여와 예술적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술상은 작가들의 활동을 토대로 성장했다. 추천위원이 직접 전시기획에 참여하거나, 철저히 중립적인 양구군의 행정은 여타 미술상 대비 남다른 지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까지 '박수근미술상'이 남긴 유가치한 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박수근미술상'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도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작가들에게 어떻게 박수근의 삶을 알리고 예술정신을 잇도록 할 것인지, 더욱 다원적이고 복잡해지는 미술 생태계 속에서 '박수근미술상'만의 고유한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다.

 

특히 박수근이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선함과 진실한 삶의 예술'이 21세기 한국 사회와 미술계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그 답을 향해 연구하고 걸어가는 것이 '박수근미술상'이 향후 감당해야 할 소중하고도 무거운 숙제일 것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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