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니까 국민을 중심에 두고 현재 우리가 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이날 국무회의엔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대다수였다. '불편한 동거'임에도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위임을 받아서 일을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이들과 업무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정부를 '국민이 권한을 주고 일을 시켜놨더니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선출직 공직자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쓰는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난 4일, '무덤'같던 대통령실 때문이다. 정황상,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참모들은 청사에 있던 모든 업무용 집기를 치워버린 듯 하다. 거기다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을 모두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물론 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가 2주간 취재해보니, 이전 정부 참모들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워졌다. 내란의 증거를 치우고 싶었을 수도 있고, 뭐든 숨기고 싶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정부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안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 정부 인사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를 업무방해,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자가 놀란 것은 야당이 된 지 2주도 안 된 이들의 반응이었다.
"컴퓨터 없다고 일을 못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정권 잡았으니 그 정도는 넘어가 달라."
한마디로 '권력을 잡아서 기분이 좋을테니, 대충 넘어가라'는 뜻으로 들렸다.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은 공직자이거나 공직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야권 관계자들은 공직자가 되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존속돼야 한다. '권력'을 잃었다고 국가의 지속성을 훼손한다면, 그것을 온전한 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을까. 국민이 겪었던 6개월 간의 혼란은 이런 사고방식에서 생겼던 게 아닐까. 국민은 언제쯤 이들의 처절한 반성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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