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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독 아이의 인생 바꾼 서울 교육…멈추지 않으려면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첫 시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해 0점을 받은 아이가 있었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글자를 읽을 수 없어서였다.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부모는 그저 아이가 느린 아이라고 생각했다. 치료도, 지원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교육청의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아이의 삶은 달라졌다. 이제는 나눗셈 문제를 척척 풀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학습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바뀐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학습진단성장센터는 난독증, 난산증, 기초학력 부진 등 복합적인 학습 취약 요인을 가진 학생들에게 정밀 진단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통합형 시스템이다. 기존 '학습지원센터'를 고도화해 지난 3월 서울 강동송파센터를 포함한 4개 권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오는 2026년까지 11개 교육지원청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정근식 교육감의 '취임 1호 결재'로 출발했으며, 서울시 초등학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난독 검사를 시작하는 정책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던 정 교육감의 신념이 오롯이 녹아든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안착을 넘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닿기 위해선 '예산'이라는 현실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센터 한 곳당 운영 예산은 연 4~5억 원 수준이다. 이 예산 안에서 진단, 상담, 학습 지도, 정서 지원이 이뤄지지만, 난독·난산 등 정밀 진단과 집중 개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벌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이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서 개최한 '서울시의회와 서울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강동송파학습진단성장센터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별 신청 가능 인원이 제한돼 있어, 실제로 난독증이나 기초학력 부족 문제를 겪는 학생이 있어도 센터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은 별도 예산 없이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의 협조에 의존하고 있다. 프로그램 확충 및 지속성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할 가능성도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의 배움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난독이나 난산처럼 '보이지 않는 학습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정확히 개입하면 큰 어려움 없이 일상 학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문제는 정서, 자존감, 사회성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기초학력 문제는 서울시 전체가 안고 가야 할 공동 과제"라며 "예산 확보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화는 시작됐다. 한 아이가 시험지를 읽지 못해 늘 0점을 받다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이 변화가 서울 전역으로,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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