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이들이 받은 대출 가운데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유예했던 대출 만기도 오는 9월 중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후 한계기업·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산하는 기업은 물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숙박 및 음식점업의 대출잔액은 시설자금 45조3777억원, 운전자금 45조92억원 등 총 90조4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분기(54조 4588억 원)와 비교하면 66% 증가한 수준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대출을 살펴보면 2022년 1분기는 1년 전과 비교해 11조3267억원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가장 많이 늘었다. 2021년은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하던 시기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기였다. 코로나19가 예상한 것보다 길어지면서 버티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팬데믹을 버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최근 소비까지 얼어 붙으면서 한계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한계기업은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실제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1개월 이상 대출 상환금을 연체한 비율은 5월 말 기준 0.49%였다. 가계 0.36%, 기업 0.60%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지난해 말보다 0.17%포인트(p), 0.22%p 올랐다.
경기 부진에 취약한 계층인 개인사업자(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도 연체율이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0.67%로 한 달 만에 0.06%p가 뛰었다. 지난해 말(0.48%)과 비교하면 0.19%p 높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채무조정이나 폐업을 택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 기금은 신청자 수가 12만5738명, 신청 채무액은 20조3173억원에 달했다. 2023년 말과 비교해 3배 가량 증가했다.
폐업을 선택한 이들도 늘었다. 올해 1~3월 비자발적으로 폐업해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1553명으로 1년 전(1472명)과 비교해 5.5%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업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고용보험 가입 1년 이상 최근 6개월 적자 지속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수급 가능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급 규모가 증가했다. 자영업자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자영업자 비중은 줄고 있다. 자영업자는 지난 2023년 568만 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0%를 차지했지만 2024년 565만 7000명으로 19.8%로 줄었다. 자영업자 수는 올해 들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4월 자영업자 수는 561만 5000명으로 4개월 만에 4만 2000명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받은 대출 중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유예했던 대출의 만기가 9월 중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9월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지난 3월말 기준 47조4000억원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 규모는 2조5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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