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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IT/인터넷

국산 GPT 만든다더니… 무슨 성능인지도 모른 채 '성능 95%' 요구

사업 구조는 공란, 책임소재는 증발
수천억 투입에도 성과 검증 기준조차 실종

코딩 중인 컴퓨터 화면 모습. 정부가 해외 인공지능(AI) 모델의 95% 성능을 담보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개발팀을 공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기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업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소버린 AI'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정부가 '한국형 GPT' 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내놓은 공고는 기준도 책임도 빠져 있어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소버린 AI는 외국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개발·운영되는 인공지능(AI)으로,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정부는 AI산업의 주권을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최소 2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모내용을 보면 불확실성과 책임 전가만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7월 21일까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개발팀을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소유하며 향후 다양한 AI 서비스나 산업 전반에 공통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산 범용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뜻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대 5개 정예팀을 선발해 6개월 단위 단계평가를 거쳐 경쟁 압축하며,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수준의 성능 확보를 목표로 한다. 개발 방식은 각 팀 자율에 맡기되, GPU·데이터·인재 등 필요한 자원은 신청 기반으로 최대 수백억 원대까지 지원된다. GPU는 팀당 500~1000장, 데이터는 연간 최대 100억원 공동구매 등으로 제공되며, 오픈소스를 지향해 민간 서비스 전환과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문제는 약 20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공고문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업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성능"을 반복해 언급하지만, 해당 '성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모델의 파라미터 수, 학습 데이터 규모, 연산 처리 성능 등 핵심 지표는 빠져 있다. GPT-4에 근접한 수준이라면 그 자체로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한데, 비교 기준과 항목이 모두 공란이다.

 

공식 벤치마크 지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MMLU, HellaSwag, TruthfulQA 등 글로벌 LLM 비교에 통상 활용되는 지표들이 빠져 있고, AI 기능별 평가 항목도 없다. 추론, 번역, 요약 등 어디에서 95% 성능을 내야 하는지도 불분명해, 사실상 수치 없는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형 압축' 방식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만, 실제 탈락 조건이나 실패 기준은 공고문 어디에도 없다. 언제까지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 어떤 수준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단계별 절차는 제시되지만 그 안의 평가가 '국민·전문가 평가', '검증 평가' 등으로만 언급돼 내용이 모호하다.

 

자원 회수 장치도 부재하다. GPU 최대 1만장, 데이터 예산 수백억 원이 투입되지만, 지원이 낭비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는다. 결국 국민 예산으로 거대한 R&D 복권을 긁는 셈이다. 사업이 실패해도 손해는 국민의 몫이다.

 

형식적으로는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형 도전'을 지향한다고 밝히지만 실제 사업 설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DARPA 모델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수단만 자율에 맡기지만, 이번 공모는 목표조차 흐릿하다. '무빙 타깃'이라는 표현은 기준 부재를 포장하는 수사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명확한 로드맵 없이 개발을 시작하라는 셈이다.

 

GPU, 데이터, 인재 등 지원 항목은 나열됐지만 그 우선순위나 질적 기준은 없다. 어떤 종류의 GPU가 제공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H100급 기준의 현실적 계획 수립이 어렵다. 인재 유치와 관련한 매칭 방식이나 책임 소재도 불투명하다. 결과적으로 화려한 자원 목록 속에 정작 핵심 설계 논리는 빠져 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 주권'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정책 신뢰도만 깎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향 전환 없이는, '소버린 AI' 역시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형식에만 치우쳐 실질적 제안을 어렵게 만드는 공고문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서류를 보면 어떤 자원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자기점검표나 개인정보 동의서 같은 형식 문서만 빼곡하다"며 "결국 실질적인 계획 없이 일단 뽑히고 보자는 식의 접근만 유도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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