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은 사고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금융 에어백'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보험은 여기저기서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고 빈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정비공임·부품비·교통량이 동반 상승하면서 보험사가 떠안는 비용은 급격히 불어났다.
그럼에도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에어백이 터져야 할 순간, 안쪽 충전재가 비어 가는 형국이다.
올해 1∼5월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평균 82.7%까지 치솟았다. 1년 새 2.9%포인트나 오른 수치로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삼는 80% 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보험업계는 "여름 장마가 본격화되면 손해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진한 우려를 내비친다.
적자는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독감·산불 같은 계절 변수도 있었지만 "자동차보험 손익이 각각 50% 안팎으로 급감한 것이 치명타"라는 게 업계의 공통 진단이다. DB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 이익이 458억원으로 1년 새 51.4% 줄었고, 삼성화재 역시 관련 손익이 70% 가까이 축소됐다.
아이러니는 이런 적자에도 보험료가 거꾸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사는 올 초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 인하했다. 보험개발원 집계 평균 보험료는 작년보다 3.6% 줄어든 69만원에 그쳤다. "한 번 낮춘 요율은 올리기 어렵다"는 정치적 부담이 요율 인상 논의를 가로막는다.
반면 정비공임은 2.7% 올랐고 부품비, 교통량까지 함께 뛰었다. 보험료 수입은 줄고 원가는 불어나니 적자는 예고된 사고였다. 회계장부는 새빨갛지만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 보험사는 "정부 눈치"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소비자는 "더 내려야 한다"를 외친다.
손해율이 더 오르면 급제동은 불가피하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다음 신호는 뻔하다. 보험료 급등, 담보 축소, 할증 강화 중 하나다. 에어백이 터진 뒤에야 안전벨트를 찾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의 페달'을 밟을 주체가 결정을 미루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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