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는 건 빅테크 기업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었다. 지난 주말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테이블 간격이 좁아 옆자리 대화를 주워듣게 됐다. 이야기인즉, 자기가 다니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AI가 신입 직원보다 일을 잘해 새로 사람을 뽑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는 괜찮은 거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는 "중간 관리자라 아직은 괜찮지만, 아마 다음은 내 차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앞날뿐 아니라, AI가 고용 시장을 집어삼킨 뒤의 근미래도 걱정했다. 일자리가 사라져 사람들의 주머니가 비면, 이 첨단 AI 기술을 누가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최근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흥미로운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AI 세상, 인간은 어디에'라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최 교수는 '직업 창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어렵고 힘든 일은 AI가 대신하고, 그 덕분에 생긴 여유와 생산성을 인간이 새로운 가치 창조에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AI에게 일자리를 뺏긴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에게 일거리를 맡기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며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한 얘기가 가장 현실적이다. AI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게 아니라, 나보다 먼저 AI를 활용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AI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와 공동체 위기도 우려했다. 그는 "성공하는 소수만 살아남고 대다수는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은 결국 사회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일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에 이 문제를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신이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기본 소득으로 지급해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시를 짓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영화를 찍고,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떠나는 세상. 모두가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치열한 아귀다툼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AI는 기술 그 자체이기에 이런 유토피아를 실현해줄 수 없다.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지, 궁지로 몰아갈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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