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의 유소년 축구대회인 '화랑대기 전국유소년축구대회'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개최지인 경주시의 대표 경기장인 황성공원 내 인조 잔디 구장 상태가 심각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어린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경주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황성공원 축구장 중 5·6구장은 2016년, 4구장은 2020년에 마지막으로 인조 잔디를 교체했다. 일반적으로 인조 잔디의 권장 교체 주기는 6~8년으로, 5·6구장은 이미 교체 시점을 넘긴 지 오래다. 그러나 현재까지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아 경기장 상태는 사실상 '누더기' 수준에 이르렀다.
한 축구 동호인은 "잔디는 거의 다 닳아 없어졌고, 고무칩은 녹아 신발에 달라붙는다"며 "달리다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 일이 잦고, 충돌 없이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간 경우도 있다. 그라운드 자체가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체 주기가 남아 있는 4구장에서도 부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2023년부터 보수를 이어왔고, 내년에 교체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안전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시설 노후화 문제가 아니라 경주시의 행정 책임으로 번지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의 유소년 선수와 가족들이 찾는 대회를 유치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경기장 안전조차 확보하지 못한 점에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주시축구협회는 대회 직전 1억8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긴급 보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수년간 방치된 상태였던 만큼, 임시 조치만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랑대기'는 20년 넘게 경주에서 열려온 전국 규모 대회로, 올해는 인공지능(AI) 중계 시스템이 도입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전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체육계와 지역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축구계 관계자 A씨(43)는 "경주시는 이제라도 보여주기식 대회 유치보다는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예산 부족을 핑계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기본부터 챙기는 것이 행정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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