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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논란'의 344억 원짜리 거대 드럼통

/홍경한 미술평론가

2012년 완공된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지속 가능한 건축과 혁신적인 도시 정원 설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곳의 핵심 구조물인 '슈퍼트리(Supertree)'는 16층 규모의 거대한 수직 정원으로, 미래 도시의 비전을 시각화한 상징물이다.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와 드래곤플라이 호수(Dragonfly Lake) 등에 분포되어 있는 이 조형물은 금속 구조물과 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형태,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기능적 전환, 그리고 매일 펼쳐지는 라이트 공연을 통해 공원 방문 자체를 하나의 문화경험으로 만든다. 빗물 수집 및 공기정화와 같은 역할까지 맡고 있는 슈퍼트리는 멀라이언(Merlion)과 함께 싱가포르의 정체성이자 도시 브랜드의 핵심이다.

 

반면, 현대건설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조성중인 344억 원짜리 전망대 '빅트리(Bigtree)'는 예술적 완성도와 기획의 맥락성 측면에서 슈퍼트리와 비교가 안 된다. 랜드마크를 기대하며 슈퍼트리를 참조했다고 하는데, 일단 외형만 봐도 매우 다르다. 심미적인데다가 주변과의 조화가 빼어난 슈퍼트리와 달리 짧은 원통 형상은 흡사 거대한 '드럼통'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 또한 '탈모 트리' 혹은 '공장 굴뚝'이라며 비판한다. 한마디로 '흉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흉물 논란에 휩싸인 창원 빅트리는 그 어떤 생물학적 생장 메커니즘과도 맞닿아있지 않고, 트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나무'와도 동떨어져 있다. 기존의 공원 나무를 베어내고 가짜 나무모양의 시설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자연과 도시의 연결을 매개하기보다는, 환경 파괴적 요소로 작용한다.

 

빅트리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획의 출발점인 도시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슈퍼트리는 국가 비전인 '정원 도시'에서 '정원 속의 도시'로의 전환에 따른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즉, 기후·환경·도시철학이라는 총체적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융합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빅트리는 창원이라는 도시의 역사·문화·자연 환경과 어떤 연계성을 갖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유가치한 상징물로써의 가능성도 있을 리 만무하다.

 

성공적인 랜드마크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유일성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조형적 개성과 새로움이 요구된다. 예컨대 에펠탑은 높기 때문에 상징이 된 것이 아니라, 그 독특한 철골 구조와 기술적 밀도 덕분이다. 둘째는 해당 도시 고유의 서사와 문화가 기반이어야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건축 양식뿐 아니라 호주의 해양문화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능성이다. 랜드마크는 단지 눈으로 보고 만족하는 조형물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대표적이다.

 

안타깝게도 창원의 빅트리는 이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외국의 사례를 베낀 외형은 유일성에서 벗어나고, 창원 본연의 서사와 문화가 녹아있지 않으니 독립적 존재로써의 위치도 헤아리기 어렵다. 기능적 측면은 경험도 전에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창원시만의 특질과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소통에 불성실했음을 방증한다.

 

창원시는 빅트리 설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조명을 교체하거나 주변 정비와 같은 '보완'으론 문제의 근원에 다가설 수 없다. 지금이라도 창원의 정체성과 이야기가 내재된, 완전히 새로운 구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의 말처럼 "두드려 부수는 것", 다시 말해 '철거'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가 두고두고 조롱받는 조형물이 적지 않다. 빅트리가 그 전철을 밟지 말란 법 없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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