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정적이지 않았다. 지난 19일, 예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김성녀의 마당놀이 심청이와 춘향이가 온다>는 그 어떤 현대극보다도 역동적이고 생생했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진 110분의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였고, 영덕의 여름밤은 오래도록 뜨겁게 타올랐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25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성사됐다. 공연료 일부가 국비로 충당된 덕분에 영덕군민들은 고품격 무대를 단돈 1만 원에 만날 수 있었고, 지역민·장애인을 위한 50% 할인, 지역 영수증 할인쿠폰까지 더해지며 '가성비 공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공연의 중심엔 김성녀가 있었다.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그가 이번 무대에서는 이몽룡과 뺑덕어멈 두 가지 역할을 넘나들며 고전소설 '심청전'과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신명 나는 국악과 익살스런 대사, 곳곳에 배치된 춤 장면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공연의 진가는 소통에서 드러났다. 마당놀이라는 형식이 지닌 본연의 힘이 극대화된 이번 무대에서, 배우는 관객을 향해 말을 걸었고 관객은 웃음과 몸짓으로 응답했다. 무대 위의 서사는 객석과 함께 써 내려가는 공동 창작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출연진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관객과의 포토타임을 이어갔다. 관람은 끝났지만 기억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무대를 찾은 한 지역민은 "2년 전 김성녀 배우의 <벽 속의 요정>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공연도 마당놀이 특유의 흥과 깊은 울림이 어우러져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재)영덕문화관광재단은 "전통 공연예술을 보다 친숙하게, 영덕답게 풀어내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수준 높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영덕문화관광재단은 연말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의 무대가 하나의 도시를 바꾸는 문화의 힘. 이번 마당놀이는 그 시작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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