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서투른 사람이 일을 크게 잘못되게 만든다는 말이다. 여기서 '선무당'이란 서투르고 미숙한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돌팔이'나 '얼치기'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 발표후 일주일 넘게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 강화(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으로 하향)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 파동이 딱 그렇다. '부자 증세'라는 프레임에 따라 무리하게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려다가 시장의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동의 수는 7일 기준 14만3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개편안 때문에 오르던 주가가 떨어지고 시장이 얼어 붙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과연 그런가. 지난 1일 넉 달 가까이 순항하던 코스피가 3.9%, 코스닥이 4% 넘게 폭락했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환율 급등과 같은 여러 원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악재는 정부가 제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진정이 되긴 했지만 그 여진은 여전한 상태다.
주식 양도세 반대 청원의 핵심 주장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는 점을 가리키며 주식 한 종목을 10억원어치 가지고 있다고 대주주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부동산은 1세대 1주택인 경우 12억원 이하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양도 차익 공제가 가능한 것과 대비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연말 주식 보유량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매년 12월만 되면 이른바 '슈퍼 개미'라 불리는 큰 손들이 대주주 기준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대규모 순매도하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내려간다"는 주장이다. 독특한 과세 구조 탓에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투자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이번 개편안을 "증시 계엄령"으로 부르며 철회를 요구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은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 투자한 사람을 세금으로 벌하겠다는 정책"이라며 "이는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중과세하는 것과 같은 '다주식 중과세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증권사는 노벨상 수상자의 경제 이론을 적용해 "지난 1일 시가총액 감소분(116조원)으로 인한 소비 감소 효과가 8조1000억원에 달해 1차 소비 쿠폰 예산과 동일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주가 폭락으로 소비 쿠폰 효과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고 비꼬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달까지 코스피는 17%가량 상승했다.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을 천명하며, 기업이 번 돈이 주주에게 갈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식 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자산을 늘려 가계의 과도한 부동산 집중을 낮추겠다는 '이재명식 머니 무브'에 투자자가 호응한 덕이다. 하지만 얼치기식 세제 개편안으로 인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기획재정부가 지금 같은 시장의 반발을 모르고 단편적으로 이익에 과세하겠다는 원칙만을 갖고 이번 개편안을 만들었다면 '선무당'도 이런 '선무당'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후유증이 예상됐음에도 불구 개편안을 만들었다면 재정 관료의 '출세욕'이 작용했든지, 아니면 새 정부의 지지도를 꺾는 이른바 'X맨'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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