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예술이 급격히 확산하는 시대,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라 치부하지만, 누군가는 그 속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본다. '킵콴(KEEPKW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석관(39)씨는 후자에 속한다.
1세대 AI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손꼽히는 윤씨는 SM C&C에서 12년간 마케팅·사업전략·퓨처모빌리티 등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AI 아트에 뛰어들었다. 3년 여가 지난 현재 윤씨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과 대학까지 그를 불러 AI 크리에이티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0일 <메트로경제 신문> 이 1세대 AI 콘텐츠 크리에이터 '킵콴' 윤석관씨를 만났다. 메트로경제>
그의 예명 '킵콴(KEEPKWAN)'은 AI와 협업하더라도 자신의 철학과 자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KEEP은 지킨다는 뜻이고, KWAN은 제 이름 석관에서 따왔습니다. AI 시대에도 나를 잃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윤씨의 작업에는 한국 전통문화, 특히 한복이 자주 등장한다. AI가 한복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하지 못해 일본·중국 복식이 섞이는 문제를 그는 '직접 학습과 보정'으로 풀어낸다. 스케치를 먼저 하고, 전통 복식의 부위 명칭과 옷감 텍스처를 리서치해 AI에 반영하는 식이다.
명화 속 인물에게 한복을 입히거나,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와 전통문양을 결합해 대중이 즐길 수 있는 'K-컬처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디지털을 넘어 실물 제작에도 도전 중이다.
"목에 두를 수도, 보자기처럼 포장할 수도 있는 실크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AI 이미지와 전통 문양을 결합해 실크스크린에 담았습니다. 앞으로는 의류, 공간, 향, 맛까지 구현하는 '옴니센스 콘텐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I에 빠진 계기는 뜻밖에도 고등학교 시절 쓴 소설이었다. SM에서 사업전략을 맡던 시절, 생성형 AI를 테스트하며 소설 '오래된 미래 박물관' 속 유물을 300여 개 이미지로 구현했고, 이를 NFT로 발행했다. 나아가 소설 속 박물관을 실제 갤러리로 옮겨 개인전까지 열었다.
"회사에서 찾던 미래 먹거리가, 결국 제 소설을 현실화하는 길이 될 줄은 몰랐죠."
윤씨는 AI 아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개방성'을 꼽는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만들 수 있죠. 효율도 높아서 아이디에이션에서 최종 결과물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빠른 제작'이 곧 '가벼운 창작'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의 제작 과정은 발상-이야기 구성-스케치-부품 제작-조립-검증이라는 치밀한 단계를 거쳐 한 장면을 완성한다.
AI 아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차갑던 시절, 그는 의도치 않은 비판과 공격을 경험했다. 다만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고 한다.
"저는 작업 자체를 제 취향과 내러티브에 깊이감을 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AI가 그린 그림'이라는 비판보다는, 제 이야기가 담긴 작업으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외로 작업이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공격이 생겼다.
"특히 한국 전통을 다룰 때 '왜곡됐다'는 DM이 종종 옵니다. 사실 AI가 한복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에서 오는 오류인데, 오히려 그럴수록 '정확히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더 많이, 더 제대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AI 아트가 표절, 저작권, 정체성 논란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를 '창작자의 태도 부재'에서 찾는다.
"AI는 도구일 뿐입니다. 시작과 방향은 인간이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제 개성과 철학을 발상 단계부터 담아내려 합니다. 그래서 AI가 만든 결과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스케치하고, 고증을 거쳐, 제가 의도한 이야기와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AI 기반 창작이 제도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윤리 교육이 필수라고도 강조한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라, 우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른 채 뛰어들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창작자 스스로 올바른 태도를 갖추고, 특히 젊은 세대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미술관, 비엔날레, 공공기관 같은 제도권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습니다."
그는 AI 시대의 후배 창작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AI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말고, 오히려 그 팽창을 반기세요. 내가 가진 것과 AI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실행하세요. 이 낯설고 이상한 시대를 즐겁게 여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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