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니 얼굴이 부어 보이거나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면 여러분의 냉장고와 식탁이 '염증'이라는 불청객을 초대하고 있다고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염증이라고 하면 대부분 '상처가 빨갛게 붓는 것'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우리 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24시간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의 주인공은 바로 '만성염증'이라는 교활한 녀석이다. 염증이라는 녀석은 마치 집안에 불이 났는데, 불은 꺼지지 않고 연기만 계속 피어 오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몸 속에서는 계속해서 염증성 물질들이 돌아다니며 혈관, 관절, 뇌까지 슬금슬금 손상을 입히게 된다.
맛은 있지만 만성염증이라는 녀석에게 무기와 화력을 제공해 주는 교활한 두얼굴의 식품을 알아보자. 달콤한 설탕은 우리 몸 안에서 마치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산화 스트레스라는 녀석이 벌떡 깨어난다. 이 녀석이 깨어나면 NF-κB라는 염증의 사령관이 "전군 출동"을 외치면 염증 물질들을 마구 생산하기 시작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AGEs(최종 당화산물)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거다. 실제로 이 물질은 우리 몸을 빨리 늙게 만드는 가속노화의 주범 중 하나다.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라면, 과자, 햄버거 등 초가공식품들은 마치 '염증 제조기'나 다름 없다. 각종 첨가물과 방부제가 우리 장내 미생물의 평화로운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장벽이 약해지면서 장이 세는 '장 누수 증후군'이 생기고, 몸 안으로 독소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마치 주택의 벽에 구멍이 뚫려서 바퀴벌레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마가린, 쇼트닝이 들어간 바삭한 과자나 쫄깃한 식감의 빵, 기름에 튀긴 음식들은 우리 몸속에서 '아라키돈산'이라는 염증의 원료를 대량 생산한다. 프로스타글란딘 E2, 류코트리엔 등 이름도 복잡한 이런 염증유발 물질들이 "아프게 해줄께" 하고 우리 몸 속을 떠돌아 다니게 된다.
붉은색을 띄고 있는 소시지, 햄, 베이컨과 같은 적색육으로 만든 고도의 초가공식품은 바쁜 현대인에게 아침 식탁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 속에는 질산염이라는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다. 이 교활한 녀석은 우리 몸속에서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변신한다. 게다가 헤모글로빈의 철분이 산화를 촉진시켜서 CRP(C-반응성 단백질)라는 염증지표를 쭉 올려버린다.
이렇게 염증을 일으키는 음식들을 계속 섭취한다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마치 전시상황에 놓인 것처럼 돌변한다. 선천면역이라는 1차 방어군은 24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적응면역이라는 특수부대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에 빠진다. 결국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까지 생길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다.
특히 장 뇌축이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장의 염증이 뇌까지 전달되면 우울감이나 집중력 저하까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염증 수치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혈액검사에서 CRP, ESR 수치가 높다면 식단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거나 포장지가 화려한 음식들을 멀리 해야 한다. 최소가공식품군(MPF's)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들과 친숙해 져야한다. 특히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베리류, 폴리페놀이 함유된 채소들은 만성염증을 잡아주는 소방관 역할을 해준다.
독자 여러분의 식탁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올라 작은 화재를 일으키는 방화범의 소굴인지, 아니면 염증을 잡아주는 소방서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말처럼 오늘 저녁 식탁부터 실천해 보기를 권장한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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