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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지음/이영래 옮김/어크로스

 

지난 2017년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갔다가 크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와서 올해 내한공연엔 가지 않았다. 밴드 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멋있어서 열창하는 그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팔이 왜 이렇게 아픈가 생각해봤다.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내내 카메라 감독이라도 된 것마냥 휴대폰으로 콜드플레이 멤버들을 찍어 대느라 팔목이 나갔던 것이었다. 콘서트장에 갔지만, 맨눈으로 그들을 보진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대체 나는 그날 뭘 보고 온 것인가.

 

언젠가 어디선가 한 가수가 공연 중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화면 말고 자신을 보라며 휴대폰을 빼앗는 시늉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가 지상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경험을 외주화한다.

 

'경험의 멸종'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경험 왜곡'을 비판하며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들어 놨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유튜버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직접 플레이를 하는 듯 몰입하고, 다이어트 중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한다. 또 영화 요약본을 2.5배속으로 시청하고는 교양을 쌓았다고 착각한다.

 

이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직접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소비하는 데 쓰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경험의 의미를 음미하지 못한다. 타인이 SNS에 공유한 영상을 통한 '간접 체험'이 '직접 경험'의 자리를 대체한다.

 

사람들은 왜 '공상의 경험'에 매료되는가. 게임을 숙달하는 데 걸리는 지루한 시간, 맛집에 가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따분함과 같은 불편함을 손쉽게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클릭 한 번으로 여가부터 놀이, 식사까지 간접 체험할 길이 열리면서 경험은 '속도와 효율'로 소비되는 상품이 된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경험을 아웃소싱하는 세계가 진짜 당신이 살고 싶은 곳이냐"고 물으며,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살아 있는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364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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