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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 채용 동참해야...행복한 일자리 만들 것"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 대표. /신하은 기자

"모든 장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동참하고, 도전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 해소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면서도 장애인은 여전히 소외돼 있고, 모든 사회 문제 끝에는 아직도 장애인이 남아 있다.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 대표는 진취적으로 그들의 일터를 변화시키고,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달려간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꿈과 강점을 파악해 비장애인 이상의 전문성을 끌어낸다. 모든 장애인이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게 2009년 첫걸음을 뗀 향기내는사람들은 현재 국내외 38곳에서 약 165명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함께 진한 가능성을 우려내고 있다.

 

◆국내 정신 장애인 직업 유지율 18%, 히즈빈스는 95%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던 임 대표는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8년 '타임머신'이라는 아이템으로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에 참가했다. 당시 교류전에서 만나게 된 한 중국인 동갑내기의 꿈은 사고의 전환을 발생시켰다. 임 대표는 "그 중국인 친구는 중국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다"며 "누군가 아이템을 말할 동안 꿈에 대해 말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왜 창업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 되돌아봤다. 그때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인생의 소명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히즈빈스 1호점은 한동대학교점으로, 4명에서 시작해 11명까지 확장됐다. 당시 포항시장의 방문까지 이어지면서 포항시 곳곳으로 매장을 넓혔지만, 그게 위기의 서막이 됐다. 임 대표는 "2~3년 뒤에 계약을 종료하는 시점이 왔고, 재계약은 가능했지만 재계약을 위해 필요한 수억원의 자본은 큰 부담이었다"며 "히즈빈스의 원칙상 장애인 직원들의 급여를 우선으로 챙겨 줬고, 이후 매니저와 본사 직원들의 급여를 메꾸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임 대표는 결혼을 한 상태였고, 생계적인 부담에 부딪혔지만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1년 반의 시간을 묵묵히 버텼다. 그는 "장애인 친구들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기 위한 시간들이 재정적으로 많이 버거웠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돼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이 일은 내가 인생을 사는 이유다. 이 세상의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의 행복을 느끼며 회복해 나가는 모습이 그 시간들을 버티게 해 줬다"고 말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인고의 시간 끝에 한 다큐멘터리가 히즈빈스를 주목시켰다.

 

국내 정신 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다뤘던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는 정신 장애인 직업 유지율이 한국은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50%에 그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카페 사업이 중점인 히즈빈스는 모든 바리스타를 장애인 전문가로 채용하고 있음에도 직업 유지율이 95% 수준으로 우수했다. 그리고 창립 17년을 맞은 현재까지 90% 이상을 유지해 오고 있다.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정신장애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국 교수의 방문, 미국 정신재활협회에서의 발표 등이 진행되면서 2년 반 만에 흑자전환됐다.

 

지난 3월 4일 올포랜드 사내카페 마곡점 오픈식에서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히즈빈스 장애인 바리스타 직원들, 올포랜드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

◆"기업의 고용 부담금을 해결해 드립니다"...'윈윈' 하는 장애인 고용 전략

 

임 대표는 장애인들의 꿈과 강점을 주목한다면 얼마든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히즈빈스는 성장통을 정면으로 직면하며 장애인들이 온전히 자신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창업 초반에는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을 일대일 멘토로 매칭하는 '짝꿍' 제도를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직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지지해 줄 수 있는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다각적 지지 시스템이란 전문가를 포함한 7명의 이해관계자가 지지하는 시스템으로, 장애인 직원들이 필요한 순간에 연결될 수 있도록 본사에서 함께 관리하고 유지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2020년 특허청으로부터 장애인 고용관리 관련 특허를 받았다.

 

임 대표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문화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일하는 부분에서 강점을 존중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문화 시스템만 잘 적용된다면 전 세계 어떤 기업의, 어떤 직무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로 시작했던 히즈빈스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의무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이행하지 못해 수백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1년 동안 모이는 부담금은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 대표는 "1조원의 부담금이 장애인 고용으로 이어졌다면, 취업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된다"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고용 컨설팅, 장애인 고용 솔루션을 한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기업 맞춤형 장애인 고용 교육·관리을 지원받을 수 있고, 임 대표는 장애인 고용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윈윈(win-win)' 사업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현재 히즈빈스는 현대차그룹, SK, 롯데, 두산, 와디즈 등 30여개 기업에 사내 카페로 들어가 있다.

 

그는 "해당 기업 내 직원들은 사내 카페로 인한 복지를 얻게 되고, 기업들은 매년 내던 고용 부담금을 안 내도 된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며 "모든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일터가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고용 문화의 롤모델을 만들어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셰프, 파티쉐 등 식음료(F&B) 시장에서의 장애인 전문가 양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레스토랑의 경우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티점에서 처음으로 쉐프를 양성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겨울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공간 매니저, 플랜테리어 등 기업 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테스트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장애인 바리스타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

◆끝나지 않는 여정...전 세계 12억 장애인의 꿈을 위해

 

지난해 히즈빈스는 '비전 2040'을 선포했다. 전 세계 12억 장애인 중 1억명 이상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와 관리 시스템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 100가지 직무를 개발해 7000명의 장애인 롤모델을 양성하는 것, 5만명을 교육할 수 있는 직업 훈련 학교와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으로 총 세 가지 핵심 목표를 갖고 있다.

 

임 대표에게 향기내는사람들은 구성원과 고객들이 정말 존재만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성장하길 바라는, 좋은 회사이자 도구라고 말한다. 그는 "200년 전만 해도 노예제도가 있었고, 100년 전만 해도 흑인들은 백인들에게 차별당했지만 이제는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장애인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소외돼 있다"며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의 90%가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했고, 그렇다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본인의 꿈과 강점으로 성장하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것을 위한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하고, 롤모델도 필요하다"며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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