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는 몸짓 신호 외에 새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문장은 만들지 못한다. 인간처럼 구문 처리에 사용하는 특수한 뇌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구문 처리는 뇌의 좌반구 회로가 담당한다. 그래서 인간의 90%가 오른손잡이가 됐다. 이에 따라 인류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오른쪽 중심의 문화가 보편화됐다.
반대로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차별을 정당화하며 뿌리 깊은 편견으로 발전해 왔다. 서양 중세 시대에 왼손잡이들은 결혼 상대자로 부적합했다. 심지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이슬람이나 힌두교에서 식사는 오른손으로 하고, 뒷일은 왼손으로 처리하는 것도 오른쪽 우위 개념이다. 서아시아에서는 왼손으로 음식을 건네줘서도 안 된다. 그만큼 왼손은 불결하고 불손하다고 생각한다. 라틴어를 비롯해 유럽 언어의 원류인 고대 인류-유럽어에는 아예 '왼쪽'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왼손잡이가 만든 역사')
영어로 오른쪽 'Right'는 '정의' 또는 '권리'라는 뜻도 포함된다. 서양식 교육을 도입한 우리도 오른손은 '바른 손'으로 배워 왔다. 더구나 타고 난 왼손잡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고 자랐다.
이 같은 현실에서 중국만이 유일무이하게 '왼쪽 존중' 관념을 갖고 있다. 한자에서 대등한 개념은 선행하는 글자가 대부분 우선한다. 천지(天地), 일월(日月), 남녀(男女) 등에서와 같이 앞 글자 뜻이 먼저이다. 좌우(左右)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오른쪽 우위 개념을 아예 오랑캐 문화로 여겼다. 예기(禮記)에는 공자가 "...내가 오른손을 위로 하는 것은 내 누님의 상(喪)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군자는 평소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지만 병기를 쓸 때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병장기란 상서롭지 못한 것이므로 길사에는 좌를 내세우고, 흉사에는 우를 내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창조의 신(神)인 반고(盤古)도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눈은 달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왼쪽'을 높이는 개념이 오래전에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왕조에서도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면서 왼쪽에는 문관, 오른쪽은 무관을 자리하게 했다. 자리 배치를 통해 중문경무(重文輕武)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왼쪽 우선'은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최근까지 이어진 병호시비(屛虎是非)다. 이는 1620년 퇴계 이황을 모신 여강서원(호계서원으로 개칭)에 제자인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중 누구 위패를 좌배향(左配享)에 둘 것이냐를 두고 시작된 분쟁이다. '屛'은 풍산 류씨의 병산서원, '虎'는 의성 김씨의 호계서원이다. 즉 서애와 학봉 중 퇴계 제자로서의 서열을 정리하는 두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안동 지역 유림도 갈라졌다.
이 논란은 2013년 퇴계 좌측에 서애, 우측에 학봉 위패를 모시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 예안향교 측이 호계서원이 복원된 위치와 서원에 퇴계 위패를 모시는 것 등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퇴계 후손들이 퇴계 선생 위패를 모시고 나왔다. 유교에서는 서원에 위패가 없으면 제사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좌측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400년 싸움이 허망하게 됐다.
중국은 역사와 전통에 강한 자부심을 보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관습에 얽매여 있다. 일례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시작은 정확히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로 예정돼 있었다. 중국어로 8이 돈을 번다는 뜻의 발재(發財)와 비슷해서 8을 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에서 지난 전승절 기념식에 시진핑 주석 왼쪽에 김정은을, 오른쪽에 푸틴을 세웠다. 북한을 극진히 예우하면서 그만큼 영향력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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