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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카레의 황금빛 마법, 강황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카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색깔이 진한 노란빛이다. 식욕을 자극하는 이 황금색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수천 년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동시에 주목하는 건강의 상징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강황이라는 향신료가 있다.

 

강황은 초본식물 쿠르쿠마 롱가(Curcuma longa)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다. 쿠르쿠마(curcuma)는 '노란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왔다. 선사시대에 인도에서 짙은 노란색 색소를 얻기 위해 처음 재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황은 인도에서 오랫동안 혼례와 장례식에서 피부, 의류, 음식물에 물감을 들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뿌리 식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약초로 사용되어 왔다. 강황의 주된 색소인 커큐민(Curcumin)은 생리활성 물질로 탁월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

 

강황 뿌리의 약 3%를 차지하는 이 성분은 항염증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서 관절염이나 만성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심장 건강, 기억력 향상, 면역력 강화, 심지어 우울증 개선과 노화 지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큐민은 염증 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를 조절해 감염퇴치에도 기여한다.

 

커큐민이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도에서는 생선과 음식을 요리하기 전에 먼저 강황가루를 뿌린다. 커큐민의 색깔은 pH에 민감해서 산성 조건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반면, 알칼리 조건에서는 주홍색으로 변한다.

 

강황은 쓴맛과 더불어 매운맛과 약간의 흙 냄새가 나는데 이는 테르펜 종류인 투메론과 진지베렌에서 기인한다. 투메론은 뇌세포의 재생을 돕고 신경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예방에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나타낸다. 커큐민은 뇌의 신경영양인자(BDNF)의 수치를 높여 기억력과 학습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커큐민의 낮은 체내 흡수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커큐민은 물에 잘 녹지 않고 체내에 흡수 되더라도 빠르게 대사되어 배출되기 때문에 단순히 카레에 강황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그 효능을 충분히 얻기는 어렵다.

 

독자들에게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비법을 공개한다. 첫째, 커큐민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코코넛 밀크나 올리브유를 활용한 요리에 강황을 넣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우유에 강황을 넣은 '골든 라떼'가 건강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나 저지방우유는 효과가 적다. 따뜻한 물에 꿀과 함께 타서 마시는 강황차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미국 건강식품기업 재직 시절, 일본마트에서는 남성용 강황 음료와 여성용 강황음료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둘째, 강황의 '단짝 친구'는 바로 검은 후추다. 후추 속 피페린이라는 성분은 커큐민이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흡수되도록 돕고, 분해 속도를 늦춰준다. 커큐민 2g과 피페린 20㎎을 함께 섭취하면 커큐민의 흡수율이 무려 200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강황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닭고기 요리, 스크램블 에그, 수프, 양념장, 소스 등 어디에든 잘 어울리며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특히 따뜻한 음식에 넣으면 향이 더욱 살아나고, 흡수율도 높아진다.

 

물론 강황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과유불급이 된다. 임산부는 약효 수준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고,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빈혈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한 담즙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 희석제나 당뇨약, 위산 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역시 강황 섭취 전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

 

카레의 노란색은 건강을 향한 자연의 메시지이며, 식탁 위에서 만나는 천연 치유제라고 할 수 있다. 강황은 우리 몸을 염증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며,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 주는 황금빛 향신료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강황 한 스푼으로 독자들의 식탁에 건강한 이야기를 더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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