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은 경보다. 소리가 크다고 집을 허물 일은 아니다. 새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보호 최우선'을 못박으면서 숫자의 초점이 보험사로 쏠렸다. 하지만 표지만으론 내용을 알 수 없다. '양(量)'이 아니라 '결(結)'을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5만7359건 중 보험권은 2만8137건(비중 49%)으로 금융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은행은 1만149건으로 감소했다
결은 더 또렷하다. 손해보험은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53%, 생명보험은 '보험모집' 민원이 34%로 각각 최다다. 업권 특성상 마찰 지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똑같은 민원이라도 처방은 달라야 한다.
감독정책의 축도 바뀌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은행권 간담회에서 "금융 감독·검사의 모든 업무 추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직설했다. 이어 9월 9일에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는 금융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전 금융권 CEO에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주문했다. 메시지는 '무(無)민원'이 아니라 예방·투명성·공정성의 표준화다.
보험업계 민원 총량의 함정도 되짚어봐야 한다. 보험은 보유계약·유지기간이 방대하다. 그래서 업계 공시는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민원환산건수) 같은 모수 보정 지표를 병행한다. 절대 건수만 들이대면 현실을 왜곡한다.
그럼에도 "보험금은 다 주면 민원이 없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무지한 처방이다. 약관 밖까지 일괄 지급하면 형평이 무너지고 위험풀의 가격(보험료)이 상승한다. 그 부담은 다시 선의의 가입자에게 돌아온다. 정답은 경계의 선명화다.
현장의 마찰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실손 청구 전산화 '실손24'는 지난 2024년 10월 25일 병원급·보건소에서 시작했고 올해 10월 25일부터 의원·약국으로 확대된다. 네이버·카카오·토스와의 연계도 예고됐다.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편리'가 곧 '무차별 지급'은 아니다. 결국 분쟁을 줄이는 건 기준의 선명도와 설명의 일관성이다.
민원 발생으로 인한 우려는 이해하나 경보가 잦다고 경보기를 끄는 건 답이 아니다. 민감도를 조정하고 배선을 정리하는 게 답이다. 약관의 문장, 심사의 언어, 설명의 형식을 고치면, 소음은 신호가 된다. 경보기는 끄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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