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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IT팀 김현정 기자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에 남을 돕는 데 인색해졌다. '시간은 금이다'는 명제를 마음 깊숙이 내재화한 현대인에게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은 무가치하다. 이런 사고가 뼛속까지 박혀서였을까. 얼마 전 자신의 무정함에 놀란 사건이 발생했다.

 

늦은 밤 집 앞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앞서 가던 사람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행인 세 명이 순식간에 그 주위를 에워쌌다. 한 명은 119에 전화를 걸었고, 다른 이는 그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심폐소생술을 위한 제세동기를 찾아 나섰다. 나는 그들을 흘긋 봤다. 그러곤 그냥 지나쳐 갔다.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그 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셋이나 있었다는 이유로, 제 갈 길을 갔다. 이따금씩 뒤를 돌아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긴 했다. 가증스럽게도, 위기에 빠진 이웃을 못 본 척 지나쳐간 죄책감을 덜고자 보여주기식 제스처를 취한 것이었다. 허나 그것뿐이었다.

 

영웅 심리가 없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다 저처럼 굴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던 와중에, 믿기 힘든 소식을 하나 접했다. 사람을 구한 도로 위 영웅들을 찾아 시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왜 금과 같이 소중한 시간을 남을 위해 썼는지 궁금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행사장은 도로 위 히어로들과 그들을 축하하러 온 가족들로 붐볐다. 축제의 현장, 다들 싱글벙글 웃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제 사연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게 그리 울 일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와서 다른 히어로분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제가 눈물이 다 나네요" 이시영 버스 기사의 수상 소감을 들은 다른 도로 위 히어로들과 그들의 가족이 조용히 흐느꼈다. "모든 슬픔은 이야기에 담거나 이야기로 해낼 수 있다면 견딜 수 있다"던 한나 아렌트의 말이 떠올랐다.

 

운송업 종사자로서 겪은 그간의 설움은 남에게 도움을 건네고, 도움을 준 이들로부터 받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속 히어로가 될 방법을 묻는 말에 "다른 사람에게 손내밀어 주는 용기를 다들 가졌으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저 하나 잘살겠다고 타인을 위해 쓰는 1분 1초를 아까워했던 과거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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