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과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에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 사실상 대통령실이 R&D 예산을 쥐락펴락 했던 정황이 정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받은 'R&D 예산 삭감과정 조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최 전 경제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 2023년 6월 28일, 윤석열 'R&D 예산 원점 재검토' 지시
과기부에서 구성한 R&D TF 조사에 따르면, 2023년 6월 과기부는 25조4000억원원 규모의 주요 R&D 예산을 마련했다. 이는 전년(2023년 24조9000억원) 대비 6000억원 증액한 규모였다.
하지만 6월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나눠먹기식 R&D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투자해야 하고, 본인이 강조한 글로벌 R&D 예산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질타하며, 모든 R&D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 7월 18일에는 '갈라먹기 R&D를 지양'하고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공식 배부됐다.
이에 과기부는 윤석열의 지시 이후 주요 R&D 예산의 총 규모는 삭감하지 않고, 주요 R&D 예산의 1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절감 재원을 재투자하는 내용으로 R&D 예산을 배분·조정했다.
◆ 2023년 7월 6일, 최상목 경제수석 'R&D 예산 10조원으로 삭감' 지시
그러나 7월 6일, 과기부가 최 경제수석에게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보고한 이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최 경제수석이 '과학계는 카르텔이지만 기재부는 엘리트라서 카르텔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충격을 받았다는 참석자 증언도 나왔다.
◆ 2023년 7월 6일 ~ 7월 20일,'벽돌쌓기' 방식으로 R&D 예산 주무른 대통령실
최 경제수석은 R&D 예산 10조원을 기반으로 타당성 있는 예산을 하나하나 더해가는 '벽돌쌓기' 방식을 진행하겠다면서, 재검토 여부에 따라 R&D 예산이 10조원에 머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R&D 예산 편성 과정에 관여한 한 인물은 10조원에서 예산을 늘려갈 때 과기부의 의견 반영이 거의 없었고, "이거 안된다, 저거 안된다", "이걸 늘려라"하는 개입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7월 20일 열린 대통령 주재 용산 내부 토론회 결과 대통령실은 10조원에서 7조4000억원이 증액된 17조4000억원으로 주요 R&D 예산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과기부의 설득 끝에 최종 조율된 예산안 규모는 2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 수상한 바이오 R&D 집착
노종면 의원은 당시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보이는 바이오 R&D에 대한 수상한 집착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월 20일, 대통령실은 17조4000억원의 주요 R&D 예산을 통보하면서 바이오 R&D를 보건 부처인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 중심으로 개편을 요구했다. 8월 초에는 복지부·질병청·식약처 R&D 예산을 1조원 이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R&D TF 조사 과정에서는 복지부의 R&D 예산 증액은 기재부가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결국 대부분 부처의 R&D 예산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복지부(12.1%), 질병청(10.2%), 식약처(3.9%)의 R&D 예산은 증가했다. 일례로 복지부의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보고된 25조4000억원의 주요 R&D 예산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2024년 복지부 최종 R&D 예산안에는 604억원이 편성됐다.
노종면 의원은 "윤석열과 최상목 경제수석은 R&D 예산 삭감도 모자라 그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맞추려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R&D를 20여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R&D 예산을 주무르면서 누가 이득을 봤고 어떤 이권이 개입됐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국정감사를 통해 10조원을 기반으로 벽돌처럼 쌓아 올려진 추가 R&D 예산과 사업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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