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가족에게 건낼 돈을 빳빳한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디지털금융이 보급되면서 현금의 필요성이 줄었지만, 명절 전후 은행의 풍경은 여전하다.
신권에 대한 수요가 분명한 만큼 각 은행은 명절 기간이면 전국 각지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무빙뱅크'를 운영한다. 이동식 자동입출금기(ATM)가 다수 탑재된 '무빙뱅크(이동식 점포)'는 연휴 동안 문을 닫는 은행을 대신해 현금 입·출금, 신권 교환 등 간단한 업무를 도맡는다.
'이동식 점포'는 국내 주요 은행이 지난 2010년대에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이동식 점포는 지역 대학이나 지역 축제, 관광지 등에서 금융 편의를 제공한다. 5일장이나 산간지역 등 수요가 불충분해 점포나 출장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무빙뱅크가 활용된다.
이동식 점포는 지역적 특성이나 일시적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한계도 명확하다. 차량을 개조한 만큼 업무 규모에 한계가 있고,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입·출금 이외의 업무도 진행이 어렵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이 이동식 점포를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보급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금융 수요 감소에 따라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폐쇄를 가속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전국에 5654개였던 은행 지점은 올해 2분기 말에는 4591개까지 줄었다. 5년 반 만에 1000곳이 넘는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부터는 점포 폐쇄 시 주민 의견 청취 등을 거치도록 했지만, 인근 영업점 간 통합 등 여러 예외조항을 앞세운 점포 폐쇄는 계속됐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이동식 점포의 활용,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이 가능한 고성능 ATM 도입, 고령자를 위한 모바일 뱅킹 교육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고성능 ATM에서는 여전히 대출이나 보험 등 업무는 불가하고, 모바일 뱅킹 교육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다. 은행 점포의 빈 자리는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이 대신할 수밖에 없고, 지역 내 금융취약계층은 금융 서비스에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유명무실한 기존의 점포 폐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더 나은 대안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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