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고삐를 죄었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축으로 삼았다.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집값 안정'의 구호가 정작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거래를 제한하는 '이중 규제'의 형태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이자 부담 속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급격히 줄어든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가 확대되면 매수 과정마다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행정심사 지연이나 조건부 승인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를 수 있다. 투기 수요는 차단되겠지만, 함께 묶이는 것은 결국 실수요자다.
이번에 경기 12개 지역이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부담이다. 이는 단순한 투자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 매매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다. 허가 절차가 까다로울수록 거래는 위축되고, 지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진다. 특히 신도시 예정지나 역세권 개발 지역처럼 생활 기반이 밀집한 곳까지 포괄하면서 '투기 억제'라는 명분이 '시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정책의 지속성이다. 지금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상황이나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방향은 달라진다. 2020년대 초반 문재인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정권 교체와 함께 규제가 풀리자 누적된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며 집값 급등의 불씨가 됐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면, 억눌린 수요는 언젠가 더 큰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은 냉정하다. 인위적인 억제책은 단기적으로는 통하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반등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다. 정부가 정말로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서민이 대출 한도 때문에 집을 포기하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 안에서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부터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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