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샴페인 롬바흐(Lombard)
땅이 먼저다. 포도밭을 방문하면 땅부터 파본다. 켜켜이 쌓인 단층을 모두 알 수 있을 만큼 깊이 파서는 토양별로 나눠담고 물을 붓는다. 향을 맡기 위해서다. 테루아가 가진 향과 미네랄을 하나도 빼지 않고 와인에 모두 담아내겠다는 의도다.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지질학자가 향만 맡고는 말하는데 실제 와인의 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샴페인 하우스 롬바흐다.
롬바흐의 최고경영자(CEO) 토마 롬바흐(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롬바흐는 테루아를 중시하는 부르고뉴 스타일의 샴페인"이라며 "토양의 다양함 자체가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기본요소"라고 강조했다. 토마는 롬바흐 설립 100주년을 맞아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먼저 샴페인의 당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롬바흐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샴페인은 병숙성이 끝나면 효모 앙금을 병목으로 모아 제거한다. 이때 손실된 와인을 보충하기 위해 포도즙과 당을 첨가하는 도사주(Dosage)를 하면서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샴페인의 잔당이 리터랑 12g 미만이면 달지 않다는 뜻의 '브뤼(Brut)'로 구분하며, 6g 미만이면 '엑스트라(Extra) 브뤼'다. 사실상 잔당이 거의 없는 '브뤼 나뚜르(Nature)'는 3g 미만이어야 한다. 당분을 첨가하지 않아 '제로 도사주'라고도 한다.
롬바흐는 샴페인을 만들 때 제로 도사주인 브뤼 나뚜르를 고집하고 있다. 음식과 비교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토마는 "테루아 순수함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로 도사주가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며 "당이 없는 만큼 더 긴 숙성을 통해 풍미와 맛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음식과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단 것을 먹고 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을 반대로 적용하면 쉽다.
이제 테루아의 차이를 느껴볼 차례다. 샤도네이 100%에 2015년으로 품종과 빈티지 모두 같다. 포도밭만 다르다.
'메닐 쉬르 오제'는 밀도가 높은 샤도네이가 특징인 생산지다. '롬바흐 브뤼 나뚜르 르 메닐 쉬르 오제 그랑 크뤼'는 연기같은 부싯돌의 미네랄이 입 안 전체를 코팅한다 느낄 정도로 인상적이다. 라임 등 과실향이 좋은 산도와 어우러진다.
'슈이'는 좀 더 넓은 지역으로 북쪽의 둥글고 풍부한 풍미와 동쪽의 날카롭고 미네랄 특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롬바흐 브뤼 나뚜르 슈이 그랑 크뤼'는 미네랄은 요오드향, 과실은 자몽 계열이 뚜렷하며, 산도가 더 높아 생동감이 느껴진다.
롬바흐는 소비자들도 테루아의 개성을 알 수 있도록 와인병의 백 레이블을 스티커처럼 떼면 지도가 있어 어느 포도밭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100주년 와인은 '롬바흐 뀌베 센티네르 브뤼 나뚜르 로제 드 세니에 베르즈네 그랑크뤼 레 마르키즈' 2013 빈티지다. 단 545병만 만들었다.
그랑크뤼 베르즈네 마을에서도 가장 좋다는 레 마르키즈 포도밭에서 재배한 피노누아로만 양조한다. 당을 첨가하지 않은 제로 도사주다. 우아하면서 섬세한 붉은 과실향으로 시작하지만 오랜 숙성에 따른 볼륨감과 타닌으로 이어진다. 짭쪼름한 미네랄도 느낄 수 있다. 8시간 동안 껍질과 함께 담가두는 침용을 통해 색상과 풍미를 추출하는 세니에 방식으로 양조했다.
토마는 "2013년에도 이미 테루아를 깊이 이해하고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의미있는 빈티지로 100주년을 맞아 메종의 상징적인 보틀인 '타나그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타나그라는 병목이 가늘고 길며, 어깨가 넓은 곡선 형태다. 효모 앙금과의 접촉을 제한해 오랜 숙성에도 아로마는 천천히 섬세하게 발전된다.
'브뤼 나뚜르'을 정체성으로 하는 롬바흐지만 엑스트라 브뤼도 만든다. 일반 소비자들도 편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다. 가격이든 맛이든 말이다.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는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각각 35%에 뫼니에 30%를 블렌딩했다. 우리가 샴페인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 블렌딩 비율이다. 피노 누아는 구조감을, 뫼니에는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을, 샤르도네는 백색 과일의 아로마를 더해 균형감이 좋다. 브뤼 나뚜르보다 당도가 높다고 해도 설탕보다는 과일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단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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