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둘러싼 피로증후군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인면수심 내로남불'과 맞물린 '후안무치 불로소득' 병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이란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남들이 힘들여 일궈낸 재화를 거저 챙기는 행위다.
기회비용을 내지 않고 제 배를 불리면서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생충의 짓거리다. 누군가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특별이익을 취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손해에다 회복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까지 입을 수 있다.
어쩐 일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인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가볍고 벌도 가볍게 받는 경향이 보인다.
내부정보를 빼돌려 부도 위험이 큰 기업 주식을 남몰래 팔아 배를 채우면, 영문 모르고 그 주식을 사들인 애꿎은 투자자들에게는 무슨 죄가 있을까?
불특정다수인을 골탕 먹이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흐지부지해 버리기에 그런 파렴치한 범죄가 그치지 않는 게 아닐까?
사회 여기저기서 존재하는 불로소득이 창궐하면 할수록 공정과 정의는 헛구호로 변하여 그렇고 그런 막장 사회로 타락한다. 특권층일수록 죄의식보다는 그때그때만 적당히 모면하면 된다는 기회주의 의식에 사로잡혀가는 모습이 보인다.
남의 흠집을 찾아내 침소봉대하면서 제 잘못은 남의 밭에 묻어 버리려는 어느 인사는 불로소득을 챙겨가면서 인간으로서 기본자세가 급격하게 무너졌다.
공돈을 자주 먹다가 그리되었는지 몰라도, 뭣이든 남의 탓으로 돌려 주위를 피곤하게 하였다. "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스락거리지 말라"고 핀잔하듯이 남을 막무가내 비난하면서 자신은 뉘우칠 줄 모르는 내로남불 안하무인이 되었다.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하여간 틀리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뻔뻔함에 물들어 검은돈을 쌓아 올리면서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변해갔다. 영어의 몸이 되었다가는 더 심한 돈독이 들어 "뇌물은 감옥에 갈 위험을 부담해야 하므로 공짜가 아니다"고 헛소리를 지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겠지만, 후진사회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이바지하지 않으면서 거저 챙기는 불로소득의 뿌리는 넓고 깊다. 불로소득이 창궐할수록,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보다 편법과 농간을 부리려는 기생충이 판치는 사회의 활력은 어쩔 수 없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불로소득의 근원은 그대로 놔둔 채로, 누군가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다른 누군가는 사정없이 꾸짖으면 죄를 짓고도 억울하다는 억하심정이 떠돌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저항감이 자라나고 자신도 모르는 불만이 싹터 사회적 갈등과 대립 같은 사회 고질병은 고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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