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1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대출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며 이자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표면상으론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그 이면엔 불길한 신호가 감지된다. 연체율이 조용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4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2%대에서 올 3분기 0.3%대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0.28%→0.34%, 우리은행은 0.30%→0.36%로 뛰었다. 신한·하나은행도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규제 속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방향을 틀면서 연체 증가의 중심이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36%로 총대출 연체율보다 0.03%포인트 높고, 신한·하나·우리은행도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회복이 더디면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택담보대출 등은 담보가 있어 돈을 떼일 우려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업은 다르다. 경제 상황에 따라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곳이 속출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이익의 착시'를 낳을 수 있다. 경기보다 앞선 대출 확장은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 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실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은행의 이익이 늘수록 금융의 본질적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생산적 금융'이란 명분 아래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단기 실적을 위한 선택이 되어선 안된다. 자금이 흘러가야 할 곳은 여전히 회복의 숨을 고르고 있는 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역경제다. 숫자로는 잡히지 않는 '지속 가능한 금융의 품질'이 지금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
금융권이 진짜로 보여줘야 할 성과는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능력이다.
이익의 곡선 뒤에서 조용히 오르는 연체율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경기와 금융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은행의 진짜 실적은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는 '이익'보다 '내실'이, '확장'보다 '균형'이 중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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