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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김장철 붉은 고추가루의 배신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고추가루의 붉은색에는 캡산틴(Capsanthin)과 캡소루빈(Capsorubin)이라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다. 이들 천연 색소는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캡사이신(capsaicin) 분자에서 발현한다. 매운맛을 느끼는 개인의 감각 차이는 캡사이신과 TRPV1 유전자와 분자결합 수용체의 기능적 변이, TRPV1 유전자의 신경전달계 반응성, 체내 대사, 장내 미생물군과 대사체의 상호작용, 고추의 품종, 메운맛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과 훈련, 조리법에 따른 성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혀 표면의 미세구조와 점막 보호인자 등도 감각의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매년 반복되는 가짜 고춧가루 사건이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최근 춘천지방법원의 사건 판결문에서 한국인의 식탁을 위협하는 가짜 고추가루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업자가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무려 13억 원어치를 팔아넘긴 이야기다. 이 업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닭갈비와 소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아 왔는데,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국내산' 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은 중국산 고춧가루가 다량 섞여 있었다. 법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천만 원이라는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사건을 맡은 판사는 "원산지 허위 표시는 건전한 유통 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우리 식탁에 대한 배신" 이라고 지적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우리 민족의 DNA에 새겨진 붉은 맛을 지켜야 할 때, 이러한 '가짜 고춧가루'의 배신은 우리의 식탁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가짜 고춧가루의 수법 또한 다양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중국산 건고추나 다대기 혼합 양념을 건조하여 국내산 고춧가루로 둔갑시킨 후 원산지 표시를 '국산'으로 허위 기재하거나, 다대기 형태의 혼합양념을 건조한 후 고춧가루 제품으로 둔갑시켜 학교급식이나 식자재 납품업체 등을 통해 유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혼동을 초래하도록 표시를 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적용되고 상습적으로 위반하거나 재범인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어, 허위표시 위반금액의 5배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위반 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원산지 인증제도 및 이력관리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다. 직구로 수입하거나 배달음식 등 유통망이 복잡하거나 온라인 판매 상품은 원산지 허위 표시에대한 추적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식탁에서 고춧가루를 빼고 나면 남아 있을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춧가루는 김치, 떡볶이, 비빔밥, 찌개 등 한국 음식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고춧가루는 한국 음식의 맛과 색깔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이므로 원산지 속임수는 한국 식문화의 '혼'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붉은 고춧가루 한 스푼에는 단순히 매운맛 이상의 우리 농부들의 땀과 한국 음식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 유통은 농민들의 정직한 노력과 한국음식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를 위협하는 악덕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한국 식문화의 '영혼'이 담긴 고춧가루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가짜 고춧가루로부터 진품을 가려 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가짜 고춧가루를 가려내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색깔을 확인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선명한 주홍빛을 띤다. 반면 중국산은 탁하고 어두운 적갈색에 가깝다. 지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식용색소를 첨가하면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연광 아래에서 자세히 보면 차이를 알수 있다.

 

향을 맡아 보자. 국내산은 고추 특유의 구수하고 깊은 향이 난다. 중국산은 향이 약하거나 이질적인 냄새가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코를 가까이 대고 깊이 들이마셔 보기 바란다. 후각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입자를 관찰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입자가 균일하고 곱다. 중국산은 굵기가 불균일하거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면 질감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가격을 의심하자. 만약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국내산'이라 표기되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싼게 비지떡'이란 우리 속담을 기억하자.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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