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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컴포트 푸드와 호르몬의 위험한 밀당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란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또는 아프거나 심신이 지쳤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을 말한다. 말 그대로 '위로'나 '위안'을 주는 음식이다.

 

컴포트 푸드는 우리 뇌의 보상 체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유독 달콤한 음식이 당기고, 우울할 때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되는 현상은 단순한 '입맛'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호르몬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화려하거나 복잡한 음식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맛과 형태를 가진 경우가 많다. 떡볶이, 치킨, 짜장면처럼 친숙한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등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불러온다.

 

결국 컴포트 푸드는 심리적인 위로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스펜스 교수는 "컴포트 푸드는 어린 시절 돌봄을 받고 먹던 음식을, 성인이 되어 감정적으로 위협을 느낄 때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뇌에는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쾌락 중추(Hedonic Hotspots)가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당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이 중추가 자극되어 기분과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 신호는 우리로 하여금 그런 음식을 다시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는 원시 시대에 인류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만성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문제는 코티솔이 에너지 원을 확보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고, 특히 단맛과 지방이 많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코티솔 수치가 높으면 복부 지방 축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한다. 코티솔은 지방을 복부에 저장하도록 신호를 보내고 이렇게 쌓인 내장 지방은 다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우울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덫을 유발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덫에 빠져 들어 달콤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어 뇌의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감과 만족감을 제공하며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계속 먹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은 일시적이다. 도파민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면, 우리는 같은 쾌감을 되찾기 위해 더 자주, 더 많은 양의 컴포트 푸드를 찾게 된다. 이는 마치 약물 중독자와 유사한 뇌 활동 패턴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컴포트 푸드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역치(Threshold)가 상승한다. 즉,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지는 내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배가 부르면 지방 세포에서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뇌의 시상하부에 "그만 먹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고지방, 고당도의 컴포트 푸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렙틴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렙틴이 분비됨에도 뇌가 이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실제로는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울감은 뇌 속의 '세로토닌' 부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흥미롭게도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세로토닌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뇌로 전달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우울할 때 세로토닌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탄수화물이 많은 컴포트 푸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혈당을 급격히 올렸다가 떨어뜨려 에너지 저하와 더 큰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식탁은 단순한 영양 공급처가 아니라 복잡한 호르몬과 대화의 장이다.

 

컴포트 푸드에 끌리는 자신의 모습 저편에 호르몬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단순한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컴포트 푸드는 분명히 짧은 시간 동안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 영국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컴포트 푸드를 주 5회 이상 섭취하는 사람 중 56%가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57%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순간적인 도파민 상승 뒤엔 폭식이나 영양 불균형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컴포트 푸드의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위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발적 불편'을 추천한다. 이는 불편함을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건강과 심신을 위해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하는 훈련이다. 'No pain No gain'을 명심하자.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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