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의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단 일주일 만에 무려 1조 1,8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주식시장 강세와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고 주택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은행권 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9,1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말 104조 7,330억원 대비 1조 1,807억원 증가한 수치다. 단 7일간의 증가 폭이 10월 한 달 전체 증가 규모인 9,25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용대출 증가의 대부분은 마이너스통장에서 나왔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무려 1조 659억원이 증가했고 일반 신용대출은 1,148억원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대출 급증세는 주식시장 상황과도 맞물린다. 지난 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7조 2,63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7조 4,43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급락했던 5일에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하루 만에 6,238억원이나 솟아올랐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포모(FOMO·놓치면 안 된다)' 심리에 휩싸여 저가매수에 뛰어든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2,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잔고 규모로 최근 사흘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대출 급증을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 경로가 막힌 투자자들이 신용대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대출 가능성이 낮은 투자자가 결국 고금리 신용대출을 선택하면서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또한 투자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주식시장 과열의 또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신용을 통한 주식 투자는 수익이 나면 확대되지만 반대로 손실이 날 경우 투자자 개인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신용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대출유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용대출 급증세가 지속되면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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