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수의계약 방침 고수 속 업계는 ‘상생안’ 대안 부상
3·4·8·9월 연속 무산된 분과위… 이번엔 결론낼까
2년째 표류 중인 7조8000억원 규모의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수의계약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동시 건조 참여를 골자로 한 '상생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4일 열리는 제132회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KDDX 사업은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 핵심이 될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오는 2030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화한 업계내 갈등 속에 방사청은 올해 3·4·8·9월 분과위에서 수의계약 안건을 상정하려 했지만 민간위원 등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업계 안팎에서는 두 조선소가 함께 건조에 참여하는 상생안이 현실적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분과위에서도 두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연장 논란까지 겹치면서, 물량을 분담해 사업을 재개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국내 최초 독자 설계 잠수함인 장보고-Ⅲ급에서도 양사가 협업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전례가 있으며, 현재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에 원팀으로 참여 중인 점, 향후 핵추진잠수함 사업에서도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한다.
당초 사업 방식은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두 가지가 논의됐다. 그러나 개념설계를 맡은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의 입장차가 커지며 사업이 표류했다. 한화오션은 보안감점을 근거로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경쟁입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6조를 근거로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는 것이 관례라고 반박했다. 방위사업청은 수의계약 방식을 밀어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상생 또는 경쟁입찰 전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수의계약 고집은 국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상생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며 사업 추진은 제동이 걸렸다.
결국 논의의 무게중심은 상생안으로 옮겨갔지만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 영역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고, 계약이 중복되면 일정·비용 조율도 복잡해진다. 기술 유출 위험과 관례 훼손 논란도 뒤따른다. 다만 방위사업관리규정은 법령이 아닌 내규로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임의 조항이라는 점에서 해석 차가 크다. 대기업 간 '상생'이라는 개념의 적절성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지난 7일과 10일 열린 민간 분과위원 설명회에서는 방사청이 사실상 수의계약안 중심으로 세부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입찰안은 보안감점 연장으로 한화오션이 유리하다는 점, 상생안은 양사 간 합의 미도출과 담합 우려가 이유로 거론되며 구체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업 방식 선택이 아니라 장기 지연이 더 큰 문제라고 지목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승자독식으로 가면 한쪽으로 치우쳐 K-해양방산 생태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장보고-Ⅲ도 공동설계를 했듯 협업은 가능하고, 중요한 건 방식이 아니라 2년 가까이 표류한 사업을 결단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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