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직업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 일자리 감소 수준을 넘어 '알고리즘 관리'를 통한 '업무 강도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국제노총)은 최근 발간한 '인공지능(AI): 노동조합에 미치는 함의'란 보고서에서 AI의 급속한 확산이 전 세계 노동자에게 끼치는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며 노조의 전면 개입을 통한 공정한 디지털 전환을 촉구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조합이 오랫동안 우려해온 핵심 주제다. 모든 기술 혁신이 일자리 구조와 조직 방식을 변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일부 기술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생성형 AI가 지식노동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고서는 생성형 AI의 출력 품질이 아직 숙련된 인간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AI가 일자리 자체를 대량으로 없애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AI로 인력을 대체했던 기업 중 일부가 사람을 재고용하거나 AI 결과물을 수정하기 위해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ITUC는 AI 기술 도입이 업무 효율화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고용 대신 하청이나 플랫폼 기반 프리랜서를 활용해 AI가 이들을 자동으로 관리·감독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UC는 "AI는 특정 직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 수요를 창출한다"면서 "현재 나타나는 주요 변화는 '자동화'보다는 '증강', 즉 노동 강도 증가와 업무량 확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가 노동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위협으로 '알고리즘 관리'의 확산을 꼽았다. 알고리즘 관리는 AI나 기타 알고리즘 시스템을 이용해 인사 관리·감독을 자동화하는 기술로 업무 배정, 교대, 근무 시간, 성과 평가, 임금 산정, 징계·해고 등 노동 조건 전반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도구로 사용된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뿐 아니라 물류, 현장 서비스, 콜센터 등으로 확산돼 노동자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운영되며, 과도한 감시·압박, 높은 스트레스, 자율성 상실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ITUC는 "AI 기반 감시 강화는 프라이버시 침해뿐 아니라 노동자의 자율적 업무조직 능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단체교섭을 어렵게 만든다"면서 "또 AI가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를 선별하거나 지원자 정보를 자동 수집·분석하는 경우 계층·인종·성별에 따른 편향적 차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임금 산정의 불투명성과 변동성 또한 커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 도입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임금 인상, 노동 시간 단축, 근로 조건 개선으로 노동자에게 공유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ITUC는 "단체협약에는 AI 도입시 투명성 확보, 감시 제한, 개인정보 보호, 안전 기준, 재훈련 기회, 임금 및 근로시간 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그 이익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정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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