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은 많지만 한산한 거리에 유독 어르신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다가 들르고, 장보다가 들르는 우리은행 시니어 플러스 화곡지점이다.
"무슨 업무 보러 오셨어요?"
지난 14일 오후 3시 우리은행 시니어 플러스 화곡지점의 문을 열자마자 직원은 말했다.
모든 것이 컸다. 상담 차례를 알려주는 번호 표시는 들어서자마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번호가 바뀔 때마다 직원은 크게 번호를 부르며 고객을 상담창구로 모셔갔다.
큰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니어 이용이 많은 만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글자도 모두 컸다.
김모(68·남)씨는 "아직 ATM 이용을 어렵다고 느끼진 못했다"며 "글자가 크고 누르기 쉬워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3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효심영업점 '화곡동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신설했다. 1호 동소문 시니어 플러스, 2호 영등포 시니어 플러스에 이은 3번째 영업점이다.
효심영업점은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큰 글씨와 쉬운용어로 상담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금융업무만 보는 곳이 아니라 고령 고객이 모여 대화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시니어층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취약한 만큼 직원들이 보다 세심히 관찰하고 대응한다.
상담창구 옆에 있는 사랑채와 우리마루에는 어르신들의 모임을 비롯해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바둑판이 마련돼 있었다.
은행업무를 보러온 양모(70·여)씨는 "한여름에 너무 더울때는 은행에 와 쉬곤 했다"며 "지금도 은행업무를 보고나서 종종 있다가 가곤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장소도 마련됐다. 영업점이 화곡 중앙 골목 시장에 마련돼 있는 만큼 소상공인의 커뮤니티 공간이 별도로 조성돼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운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화곡동은 고령층 인구 밀집 지역이지만 인근에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밀집한 지역 상권도 있다"며 "어르신 고객에게 특화된 금융서비스 교육을 제공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상생 은행 영업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로 은행 업무를 더 쉽고 빠르게 볼 수 있게 된 시대. 우리은행은 시니어층의 금융접근성이 약화된 점에 집중해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만들고 있다. 사라지는 창구 기능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둔 실험이다. 이곳에는 속도를 높이는 기술 대신 고객의 속도에 맞추며, '배려'라는 금융의 본질을 다시 세우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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