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지만 정부는 정작 기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과 지원책을 내놓기보다는 업계의 자구책만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용량 1470만톤 중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기업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정부는 방향과 주문만 반복하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바램은 간단하다. 감축과 같은 살을 도려내는 결정을 하기 위해선 고부가·저탄소 설비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 세제 혜택, 저리 대출, 전력비 부담 완화 등과 같은 실질적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얼마나 줄이면 어떤 지원을 받는지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계획을 확정하라는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가 감축안을 제출한 이후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기업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충남 대산 산업단지처럼 자체 논의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진하는 곳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원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 전체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설비 감축은 단일 기업의 결단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태계와 시장 재편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비용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속도전만을 주문하고 있어 업계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선언으로 유지되는 시간이 아니다. 이미 위기가 누적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 즉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다. 업계의 시간이 아니라 정책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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