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기준이 '취향 소비'에서 '체감 가성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점심 수요를 잡기 위해 치킨·버거·피자 간 경계를 허문 멀티 메뉴를 선보이는가 하면, 숍인숍 매장 확대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성비 소비가 외식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고가 전략을 앞세워 상륙했던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부터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때 줄을 서서 입장하던 '고든램지버거' 매장은 대기없이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사그러들었다. 고든램지 스트리트버거는 가장 비싼 햄버거 하나 가격이 14만원으로 국내에 들어올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비싼 가격에도 고급수제버거를 먹기 위해 MZ고객들이 몰렸지만, 초반 이슈몰이 이후로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에 고든램지버거는 기존 버거 중심의 메뉴 구성에서 벗어나 일부 매장을 '메뉴 바이 고든램지' 등 패밀리 다이닝 콘셉트로 변경, 메뉴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고든램지 브랜드들과 달리 부담 없는 가격대를 자랑한다. 대표 메뉴인 '부처스컷 스테이크'는 미국산 치맛살 200g 기준 2만 9000원에 제공된다.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자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3년 6월 갤러리아가 들여온 이후 이른바 '1시간 대기'가 기본이었지만 최근 판교·광교 등 주요 매장에서 대기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갤러리아는 흑자는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사업권 매각을 전략 옵션으로 검토할 정도로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올해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의 한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슈퍼두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로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직접 주도해 2022년 1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홍대점, 코엑스점 총 3곳에 매장을 출점했다. 불황으로 프리미엄 수제버거 시장 전망이 좋지 않자 다른 외식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소비 둔화 속에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bhc와 교촌치킨은 최근 점심 수요 공략을 위해 잇달아 치킨버거를 선보였다. bhc는 서울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닭고기 패티를 활용한 버거 3종을 오전 11시~오후 5시 한정 판매하며 하루 약 70개를 판매 중이다. 교촌은 판교 본사 1층 델리형 매장 '소싯'에서 간장·허니·레드 양념 치킨을 버거로 재해석해 판매중이다. 향후 치킨버거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치킨 브랜드의 버거 판매를 '수익 구조 다각화의 필연적인 시도'로 본다.
한 관계자는 "버거는 점심 단가가 낮고 회전율이 높아 소비침체기에 적합한 카테고리"라며 "5000~7000원대 런치버거 가격대가 소비자들에겐 부담 없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가 만든 또 다른 흐름은 '멀티 메뉴 플랫폼화'다. 대표 사례는 맘스터치의 피자 전문 브랜드 '맘스피자'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맘스피자는 2023년 천호로데오점에서 숍앤숍 모델을 시작한 지 2년 5개월 만에 200호점을 돌파했다. 버거·치킨 매장에 피자 메뉴를 더해 시간대별 고객 수요를 모두 포착한 것이 주효했다. 숍앤숍 전환 매장은 평균 매출이 34% 증가했고, 일부 매장은 70% 넘게 뛰었다. 피자 판매가 버거·치킨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상호 상승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맘스피자 가맹점 매출은 올해 전년 대비 68% 급성장했으며, 업계 상위 20개 피자 브랜드 중 최근 2년간 점포 수 증가폭 1위를 기록했다. 1~2만원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멀티 메뉴가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기일수록 소비자는 '내가 낸 값만큼 만족감이 있는가'를 가장 먼저 본다"며 "브랜드 충성도를 신메뉴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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