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원은 단순한 학문 공간을 넘어 신분 질서가 작동하는 상징적 경계였다. 영주시 소수박물관이 서원의 출입 규정을 통해 당대 사회 구조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영주시 소수박물관은 오는 12월 1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서원 출입이 가능한 사람, 서원 출입이 금지된 사람'을 주제로 이달의 유물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서원이 가진 폐쇄성과 위계질서를 유물로 들여다보는 자리로, 최근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서원의 출입 규범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고찰한다.
전시에는 △퇴계 이황의 규약을 담은 《이산원규》, 《퇴계집》 권41 △《소수서원 임사록》 3책 △《소수서원 원록등본》 △《입원록》 제1 △《심원록》(1721~1724) 등 소수박물관이 소장한 주요 자료가 소개된다.
서원의 출입은 단순한 방문이 아닌 강당 출입과 제향 참여, 동·서재 사용권 등을 포함하는 특권이었다. 출입이 허용된 이는 양반 유생으로 한정됐으며, 여성과 중인, 평민, 천민 등은 서원 출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중서층의 성장과 중앙정부의 서얼허통 정책 변화로 인해 이들 계층도 서원의 공식 명단인 《입원록》과 《원임록》에 등재되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영남의 서원들은 퇴계 이황의 규약을 근거로 "중인·서얼은 비록 과거를 통과했더라도 함부로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엄격히 제한했다. 이러한 조항은 퇴계가 제정한 초기 규약에 이미 명시돼 있었으며, 이후에도 서원의 일관된 대응 원칙으로 작용했다.
소수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서원은 학문과 제례의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분제라는 현실 질서를 유지하는 상징적 장치이기도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의 유물 전시'는 소수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직접 선정한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전시는 연 4회 분기별로 진행되며, 소수박물관 본관 1층 홀 출입구 앞 전시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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