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유니콘 등극까지 평균 9년 소요
유니콘 수는 물론 성장 속도도 최하위권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가 전 세계 11위 수준에 머무르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미국 등 주요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유니콘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성장 속도 역시 세계 평균보다 뒤처지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자료를 분석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올해 10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1276개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13개로 전체 11위에 그쳤다. 미국이 717개(56.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중국(151개), 인도(64개), 영국(56개), 독일(32개)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이후 4년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29개의 신규 유니콘을 배출하며 전 세계 증가분의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한국은 불과 2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영향으로 중국이 19개 감소한 사례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유니콘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서도 한국은 경쟁국에 크게 뒤졌다. 한국 기업이 창업 후 유니콘에 등극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8.99년으로, 유니콘 보유 상위 10개국 평균(6.97년)보다 약 2년 길었다. 중국은 6.27년으로 가장 빠르게 유니콘을 배출했으며, 독일(6.48년), 미국(6.70년), 이스라엘(6.89년) 등 주요 혁신 강국은 대부분 6년대에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 속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한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3.62년 만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불과 1.22년 만에 유니콘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메가존클라우드가 4.12년 만에 유니콘이 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산업별 구성에서도 한국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미국 등 유니콘 보유 상위 10개국은 36%가 AI·IT 솔루션 분야에 속한 반면, 한국 유니콘의 46%는 소비재·유통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무신사, 컬리, 에이블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리디 등 대부분이 플랫폼·커머스 중심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래 핵심 기술 분야의 성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의 유니콘 신규 배출도 기술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9월 신규 유니콘 12개 중 미국이 10개를 차지했으며 영국이 2개를 배출한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7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등재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대한상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체 원인으로 규제 체계와 자본 유입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포지티브 규제' 구조와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이른바 '성장 페널티'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좁은 내수 시장과 해외 진출·글로벌 자본 유치 부족도 유니콘 배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유니콘 기업 배출 둔화는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등"이라며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처럼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는 등 제도와 자본의 두 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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