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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비평가들의 노동현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2025 작가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출판 분야의 집필 작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의 첫 조사다. 지난 3월 10일부터 두 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중 20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 작가의 다수는 저소득·불안정 노동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응답자의 80%가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였고, 절반 이상이 생계를 위해 겸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업 작가라 하더라도 실제 집필만으로 생활 가능한 경우는 약 22%에 불과했다.

 

이들 중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원고료 체납 및 미납 경험이 있었다. 계약서를 항상 작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65.9%에 그쳤으며, 계약 조건을 협상해 본 경험이 있는 작가는 52%에 머물렀다. 협상하지 못한 이유로 '관행'이나 '협상 기회 부재', '정보 부족' 등을 꼽았다.

 

건강 문제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66.8%가 근골격계 통증, 눈 질환, 과로, 번아웃 등을 겪고 있어 집필 노동으로 인한 신체·정신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적정 단가 보장, 표준계약서 개선, 사회보험 및 보호제도 강화, 지불 지연·체납에 대한 제도적 대응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집필활동이 불안정 속 저임금, 건강 리스크를 지닌 노동이라는 점에선 비평가(미술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별도의 공식통계조차 없지만 소득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미술인 연 소득 1000만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문학 작가들처럼 원고료 체납(지연) 경험이 드물지 않다.

 

실제로 소득의 경우 이해할 수 없는 온갖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공공기관 원고료라야 편당 20-30만 원대도 흔하니 딱히 틀린 수치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도 지불 지연이 빈번하다. 한 달은 기본이요,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며 수개월까지 미뤄지곤 한다. 미술평론가에게 지불 지연은 '구조적 일상'에 가깝다.

 

원고료 정산이 정확하고 빠르며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는 대상은 개인 작가다. 사실상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작가들이 공공기관 대비 고비용을 지출하는 이상한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작가들의 원고료가 과도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공기관 원고료가 그만큼 '초현실적'이라는 게 맞다.

 

이러한 현실이니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업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당연하다. 대부분은 주업인 평론 외 대학 강의·번역·기획 업무 등을 겸업해 수입을 보충한다.

 

평론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수정권, 수정 및 검토 절차, 2차사용 범위, 데이터베이스·웹 업로드 조건 등, 비평가의 권리 보장차원에서 반드시 직종별 양식이 요구되지만 실상은 평론가용 표준계약서 자체도 없다.

 

미술비평은 사전 조사, 현장 취재(지역 간 이동도 상당함), 작가 인터뷰, 집필을 포함하는 복합 노동이다. 이에 기본적인 근골격계·시력 곤란 외에도, 과도한 이동과 시간 압박이 결합해 피로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성 인정 및 조직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활동 인구 자체가 적고 '개별 프리랜서 중심 구조'가 강해 조직화나 제도 개선 논의가 추진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비평가(비평계)들은 아직 보호 체계의 '출발선'에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작가들이 제도적 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흐름이 생기고 정부나 지자체 역시 작가들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평가들은 집필 노동의 권리를 스스로 찾고, 사회는 비평가들의 노동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동을 이어간다면, 결국 비평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미술계 전체의 담론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창작과 비평이 함께 건강할 때 비로소 미술 생태계 전체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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