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결국 좋은 매니저가 오느냐가 전부다. 그래서 좋은 매니저가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사업의 핵심이라고 봤다."
라이프케어 플랫폼 '청연'을 운영하는 생활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국내 홈클리닝 플랫폼 시장에서 '청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월 20% 이상 신규 고객이 증가하고, 재구매율은 88%에 달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광고비를 늘려서 만든 숫자는 아니다"라며 "서비스 구조가 안정되면 고객은 스스로 남는다"고 말했다.
연 대표가 생활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경영 철학은 '품질에 대한 집요함'이다. 그는 "서비스가 커질수록 품질은 오히려 더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며 "단기 확장이나 외형 성장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속도보다 구조'라는 원칙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연 대표는 "내가 직접 이용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별로면 절대 쓰지 않는다"며 "이용자가 한 번이라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플랫폼과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매칭 시스템, 고객 응대 방식, 교육 구조 전반에 녹아 있다.
청소연구소의 성장 방식은 광고 중심의 확장과는 분명히 달랐다. 신규 고객 상당수가 지인 추천을 통해 유입됐고, 매니저 역시 기존 매니저 추천을 통해 합류하는 비중이 높았다. 연 대표는 "추천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서비스 경험이 축적됐다는 가장 솔직한 지표"라며 "추천이 늘어날수록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경쟁력을 묻자 연 대표는 기술 자체보다 '적용 방식'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며 "워킹맘들이 회의 중에 매니저에게 길 안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 그게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도 안내, 출발·도착 알림, 안심번호 연결과 같은 디테일이 쌓여 신뢰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디테일은 앱 업데이트와 매뉴얼 보완, 재교육 과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반영된다. 연 대표는 "사소해 보이는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해 왔다"며 "그 과정이 쌓이면서 고객이 서비스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생활연구소가 매니저 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회사는 전국 단위 오프라인 교육과 앱 기반 영상 교육을 병행하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표준화해 전달하고 있다.
연 대표는 "가사 서비스는 각자 집에서 하던 방식에 의존하면 품질이 균일해질 수 없다"며 "책도 없고 배울 기회도 없던 일을 전문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에는 교육에 이렇게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게 맞느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9년 이상 교육을 고도화한 결과, 파손이나 컴플레인 비율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숙련의 효과가 아니라, 플랫폼이 현장을 방치하지 않고 책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최근 선보인 '청연케어'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다. 청연케어는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민간 케어 서비스다. 연 대표는 "65세 이상 인구가 약 900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 제도권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어르신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공백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식사나 청소, 병원 동행처럼 도움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필요한 시간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케어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청연케어에는 별도의 시니어 케어 교육을 이수한 매니저만 투입된다.
생활연구소가 매니저 일자리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명확하다. 연 대표는 "중장년 여성에게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자리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일할 수 있을 때 일하고,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는 구조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평생 직장 같다'는 매니저들의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서비스 경험에서 출발한 커머스 확장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매니저 건강을 고려해 개발한 친환경 세제는 PB 상품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플러스샵과 청연초이스로 확장됐다. 연 대표는 "현장에서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서비스와 상품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 대표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순한 청소 플랫폼을 넘어선다. 그는 "청소연구소가 단순히 청소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남고 싶지는 않다"며 "생활이 버거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생활 습관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플랫폼의 책임 역시 더 커진다"며 "사람의 삶을 덜 힘들게 만드는 방향으로 기술은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연 대표가 강조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 범위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플랫폼은 단순히 연결만 하고 빠지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진짜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매니저 모두가 불안해하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신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연 대표는 특히 돌봄·가사 영역이 가진 산업적 특성을 짚었다. 그는 "이 영역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서비스"라며 "그래서 더더욱 방치형 플랫폼 방식은 맞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생활연구소는 고객 응대, 품질 관리, 현장 대응을 외주에 맡기지 않고 내부 조직이 직접 담당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조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고객이 무엇 때문에 불편해하는지, 매니저가 왜 힘들어하는지를 알아야 서비스가 진짜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이 결과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연 대표는 향후 생활연구소가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가사·돌봄 산업은 커졌지만 여전히 정책이나 제도 논의에서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 대표는 "청소연구소나 청연케어의 성장은 한 기업의 성공이라기보다, 우리가 어떤 돌봄과 노동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며 "플랫폼이 단기 수익을 넘어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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