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이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삼양식품·농심·오뚜기 등 라면 3사의 전략 무게중심이 갈리는 가운데, 글로벌에서는 한국식 매운 볶음면이 K-라면 성장의 새로운 핵심 카테고리로 부상하며 판이 재편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먼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은 '불닭볶음면' 글로벌 성공으로 확보한 자본력을 내수로 돌리며 프리미엄 시장 개편에 나섰다. 최근 출시한 '삼양1963'은 사골 베이스, 고급 원재료, 동결 건조 채소 후레이크 등을 적용해 기존 제품 대비 고급화에 집중했다.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우지를 다시 사용한 것도 브랜드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821억원 중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였을 만큼 글로벌 성장세가 두드러진 기업이다. 하지만 환율·관세 등 외생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어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균형전략'으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반대로 농심과 오뚜기는 정체된 내수 대신 해외시장에서 확실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농심은 미국에서 월마트·코스트코 등 글로벌 대형 유통사에 제품 입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유럽 법인 신설 등 현지 유통망 확장에 나서며 글로벌 공급망을 키우고 있다.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도 7억개에서 12억개로 늘릴 계획이다.
오뚜기 역시 미국·베트남·일본 중심으로 '진라면' 컵라면 판매를 확대하고, BTS 멤버 진(Jin)을 글로벌 모델로 기용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같은 글로벌 확장은 단순히 내수 부진 보완 차원이 아니다. 글로벌 라면 시장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매운 볶음면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며 'K-라면'의 새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물 라면이 여전히 시장 규모는 크지만, 인기·성장률만 놓고 보면 볶음면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세의 중심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있다. 삼양은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식품업계 최초로 연간 수출 9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7억 달러 수출탑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삼양·탱글' 등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100여개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주·중국·동남아·유럽 등 지역별 성장세도 고르게 나타난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 볶음면', '신라면 툼바'에 이어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전세계 60~70개국에 출시한다. 농심은 볶음면의 성장세를 '신라면 툼바'를 통해 확인했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국내외에서 6000만봉 이상 판매된 것.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올해 볶음면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라면 3사 외에도 CJ제일제당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 중인 '비비고 볶음면'을 중동 시장까지 확대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중동 지역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UAE 기업 '알 카야트 인베스트먼츠(Al Khayyat Investments, AKI)'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비비고 볶음면 등 K푸드 제품의 중동 판로를 확보했다.
국내에선 삼양식품이 프리미엄 라면 수요를 새로 끌어올리고, 해외에선 볶음면을 앞세운 K-라면 열풍이 농심·오뚜기·CJ제일제당 등의 글로벌 외연을 확장시키며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는 프리미엄, 해외에선 볶음면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커지면서 K-라면 시장 자체가 새 판을 짜는 국면에 들어갔다"며 "업체별 전략 차이가 향후 2~3년 수출 지형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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