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농사꾼'과 '사냥꾼'의 전쟁

최근 만난 한 금융인은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등장으로 '농사꾼'과 '사냥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IMA가 금융 시장의 지도를 바꿀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자산관리·예치금·투자 기능을 통합한 IMA는 고객의 자금을 '방치하지 않는 구조'가 특징이다. 그동안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한 고객의 첫 계좌 지위에 대해 증권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IMA 사업 인가를 받았다.

 

IMA의 핵심은 원금을 증권사가 책임지면서 최고 연 6~8%의 수익률을 꾀한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3% 안팎)를 크게 웃돈다. 계좌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머니마켓펀드(MMF)·환매조건부채권(RP)·단기채 등으로 이동해 수익을 낸다. 속도·효율·기민함이라는 증권업의 속성이 그대로 적용된다. IMA는 아예 고객의 모든 금융 행동을 증권사 플랫폼에 흡수한다. 은행권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지점이다.

 

오래 전부터 은행은 '농사꾼', 증권은 '사냥꾼'에 비유됐다. 은행은 예수금을 기반으로 안정적 이익을 쌓는 모델이다. 예금은 은행의 자본이자 신용의 근간이다. 또 전체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반면 증권은 시장 변동을 기회로 삼아 기민하게 움직인다. IMA는 이 두 모델의 경계를 허물며 한쪽의 생태계를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번 전쟁의 첫 관심사는 '머니무브'다. 고객이 IMA 하나만으로 수익성과 유동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면, 돈을 은행 예·적금에 장기간 묶어둘 유인이 떨어진다. 이미 일부 젊은층에서는 '첫 계좌를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 열겠다'는 흐름이 감지된다. 은행이 20~30년간 쌓아온 고객 기반이 점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되면 계좌 주도권을 잃는다. 금융 플랫폼 경쟁은 결국 고객의 '첫 계좌'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첫 계좌를 가진 금융사는 고객 데이터·소비 패턴·투자 성향을 확보한다. 이는 마케팅·상품·관계 기반의 핵심 자산으로 연결된다. IMA가 첫 계좌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은행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은행은 펀드·신탁·보험 등 자회사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다변화해 왔다. 하지만 IMA는 증권사 상품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의 시선이 증권사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은행이 수익원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내 은행은 아직 명확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금금리를 높여 고객을 붙잡으려는 방식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최근 일부 은행이 '은행형 IMA' 개발에 착수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자본시장법과 은행법의 규제 장벽을 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은행의 자산 구조 자체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더 이상 장기 예금을 선호하지 않는다. 유동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계좌를 찾고 있다.

 

은행권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하나는 투자 기반의 자산관리 역량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길이다. 디지털 WM 고도화와 자동 운용 기술 도입도 필수다. 다른 하나는 핀테크·증권사와의 협업을 전제로 한 금융 플랫폼의 재편이다. 업권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계좌 확보 경쟁에 직접 뛰어 들어야 한다. IMA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가볍지 않다. 은행의 존재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농사꾼의 땅에 사냥꾼이 들어왔다. 은행이 '농사만 짓는 전략'으로는 버틸 수 없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박승덕 부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