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서 타이완이 '중국(타이완)'으로 표기된 것을 두고 타이완 정부가 강하게 항의하며 외교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타이완 외교부는 9일 공식 논평을 통해 "표기 오류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까지 직접 나서 "타이완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 달라"며 문제를 언급했다. 양안(兩岸)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타이완 총통이 개별 국가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갈등은 한국 정부가 올해 2월부터 도입한 전자입국신고서에서 비롯됐다. 기존 종이 신고서 방식과 달리, 전자 신고 시스템에서는 국적·출발지·목적지를 목록에서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리스트에서 타이완이 '중국(타이완)'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됐다. 타이완 측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정치적·외교적 의미를 지닌 민감한 사안"이라고 반발하며 즉각적인 정정을 요구하고 있다.
타이완 외교부는 "대만은 중국과 별개의 정치 단체이며, 국민들의 정체성과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중국(타이완)'으로 병기하는 것은 대만 국민에게 모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양국 관계 전체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외교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10일 라이칭더 총통은 공개 발언에서 "한국 측이 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 믿는다"며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스스로를 대표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통이 특정 국가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드문 일로, 그만큼 대만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표기 오류임을 인정할지, 아니면 국제 표준이나 기존 관행을 이유로 유지할지를 놓고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대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미묘한 균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대만이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는 것은 미국·중국 간 갈등 구도 속에서 자국의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제 존재감을 높이려는 흐름의 일환"이라며 "한국이 계속 침묵할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타이완 관광객은 연간 120만 명 수준으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일부 타이완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 여행 보이콧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실질적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표기 논란이 단순한 시스템 오류에 그칠지, 아니면 한·타이완 관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외교 이슈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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