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 울진 왕피천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물든다. 같은 장소임에도 햇빛이 기울며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낮의 잔광이 강을 감싸며 금빛으로 번지는 순간, 하늘과 물, 산과 케이블카가 하나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강 건너편 능선은 은은한 보랏빛을 띠고,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는 억새가 그 위에 부드러운 결을 더한다.
이어지는 해안선 너머, 바다는 온기를 머금은 듯 하늘빛을 품는다. 붉은 노을에서 푸른 저녁으로 넘어가는 그 짧은 틈, 왕피천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은 정적 속 생동을 간직한 채 하루의 끝을 맞이한다.
파크골프장에서는 한 사람의 스윙이 어스름한 빛 사이로 그려진다. 뒤편으로는 케이블카가 여운처럼 움직이며, 겨울의 풍경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한다.
빛의 흐름과 시선의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왕피천. 그 고요한 전환의 풍경 속에서, 겨울 하루가 조용히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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