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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홍윤희 무의 이사장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턱없는 세상' 목표"

지하철 이동 경험에서 시작된 이동·접근권 문제의식
개인 프로젝트에서 협동조합·사단법인으로 확장
물리적 환경 넘어 인식의 턱까지 낮추는 과제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이 장애 인식 개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무의

대한민국 생활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턱'이 존재한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동선부터 경사로 없는 동네 가게,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 마주하는 시선까지 교통약자의 일상은 크고 작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러한 일상생활 속 장벽을 하나씩 낮추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해 온 곳이 사단법인 무의다. 무의는 이동과 접근의 불편이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과제라는 문제의식 아래, 생활 공간 전반의 '턱'을 낮추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은 지하철과 동네 가게, 학교와 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일상의 현장에서 장애와 이동의 불편이 더 이상 삶의 가능성을 가르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이 딸을 안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모습. /무의

◆'장애가 무의미하게'…무의가 출발한 문제의식

 

무의라는 이름에는 '장애가 무의미하게'라는 뜻이 담겨 있다. 홍윤희 이사장은 장애로 인해 이동과 접근이 제한되면서 일상의 선택지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15년 기획한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에서 구체화됐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 역 안을 크게 돌아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홍 이사장은 "아이가 지하철을 좋아했지만 엘리베이터 위치를 찾는 것부터가 큰 장벽이었다"며 "이동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엘리베이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지하철 내부에 표지판으로 표시하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개인이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 그는 "표지판 설치가 어렵다면 최소한 이동 약자들이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환승 지도 제작으로 방향을 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무의라는 조직 이전에 홍윤희 개인 이름으로 시작됐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환승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이동 약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개인의 시도는 점차 공동의 활동으로 확장됐다. 홍 이사장은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불편과 공감이 쌓이면서 활동의 형태가 점차 넓어졌다"고 했다.

 

사단법인 무의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직원들이 서울 중구 약수동 일대에서 경사로 설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무의

◆'어쩌다 대표'에서 전업으로…무의를 선택하기까지

 

이러한 활동을 해오다가 2016년 무의는 협동조합 형태로 출범했다.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을 함께 준비하던 다른 창업자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면서 당시 회사원이던 홍 이사장이 조직을 맡게 됐다. 그는 "회사를 다니고 있던 터라 정말 '어쩌다 대표'가 된 셈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홍 이사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약 20년간 홍보 업무를 전념하다가 마지막 5년 동안 사회공헌 업무를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옥션 내 장애용품관을 운영하며 혁신적인 장애보조기구와 스타트업 제품을 발굴·소개·유통하는 프로젝트도 직접 기획·운영했다. 그는 "무의의 활동과 회사의 사회공헌 업무가 서로 의미를 보완하며 병행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의 활동은 지하철 환승 지도 제작을 넘어 조직 단위의 프로젝트로 빠르게 확대됐다. 공공 프로젝트와 협업 요청이 이어지며 병행의 한계는 점차 분명해졌다. 홍 이사장은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월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생활 현장에서 시작된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보고 싶었다"며 2022년 회사를 떠나 무의 활동에 전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사단법인 무의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현대로템과 함께 '모두의 지하철'을 위한 안내표지 개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무의

◆'모두의 지하철'·'모두의 1층'…현장에서 제도로

 

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동·접근 환경을 개선하면 결국 모두에게 편리한 구조가 된다는 판단에서 '모두의 지하철'과 '모두의 1층' 같은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모두의 지하철'은 이동권을, '모두의 1층'은 접근권을 다루는 무의의 대표 사업이다.

 

'모두의 지하철'은 2015년 환승 지도를 기획하며 꿈꿨던 안내 체계를 실제 역사 공간에 구현한 프로젝트다. 서울교통공사와 현대로템의 지원을 받아 이동 약자가 헤매지 않도록 표지판의 위치와 형태를 연구·설계했고, 올해 1월 시청역을 시작으로 시범 적용이 이뤄진다. 이후 10개 역사로 확대되며 2026~2027년에는 실제 이용 변화에 대한 임팩트 측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모두의 1층'은 동네 가게와 생활 공간의 문턱을 낮추는 접근권 프로젝트다. 경사로 설치뿐 아니라 접근 가능한 공간 정보를 축적하고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출범한 '모모탐사대'는 학생과 교사가 직접 학교 내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활동으로, 지난해 10~11월 10개 학교의 이동 정보를 수집해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오픈데이터포럼 경진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생활체육 영역에서도 무의의 문제의식은 이어지고 있다. 무의는 지난해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키움증권 후원을 받아 마라톤 대회 '키움런'과 연계한 베리어프리 지향 마라톤을 진행했다. 베리어프리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공간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개념으로, 무의는 일반 마라톤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위축되는 현실을 고려해 기록 경쟁보다 함께 달리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현장에는 접근성을 보완한 탈의·보관 시설과 휴식존을 마련하고, '함께 러너' 운영을 통해 모두가 같은 흐름 속에서 달리는 구조를 구현했다.

 

무의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모두의 1층 팀. 왼쪽부터 김남연 두루 변호사, 홍윤희 무의 이사장, 이충현 브라이트건축사사무소 건축사. /무의

◆물리적 턱 넘어 인식의 턱까지…'필요 없어지는' 목표

 

홍 이사장은 접근권과 이동권 문제를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본다.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인식과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경사로가 있어도 '장애인은 안 온다'는 인식이 있으면 의미가 없다"며 "반복된 불편은 당사자들에게 스스로 나서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심리적 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무의는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캠페인, 제도 개선, 당사자의 사회 참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우리가 하는 일의 목표는 더 많은 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활동이 굳이 필요 없어지는 환경으로 가는 과정에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접근과 이동이 당연한 기준이 되는 사회로 가는 데 무의가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무의의 활동을 특정 집단을 위한 운동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이동과 접근이 제한되는 구조는 장애인을 넘어 고령자, 임산부, 유아 동반자 등 누구에게나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그는 "특정한 사람을 배려하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사회 전체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생활 현장에서 드러난 불편을 외면하지 않고 제도와 공간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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