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전주시의회가 정작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을 반복하며 시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내부 기준이나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개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시의회는 비공개 및 부분공개 결정을 판단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이나 업무 지침, 매뉴얼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곧 정보공개 여부가 객관적 지표가 아닌, 당시 담당자나 결재권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고무줄 행정'임을 시의회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전주시의회의 비공개 및 부분공개 결정은 총 10건에 달하며, 2022년 4건에서 시작해 2025년에는 3건이 발생하는 등 개선의 기미 없이 반복되고 있다. 비공개 사유로 가장 많이 인용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의사결정 과정 등)와 제6호(개인정보 보호)는 구체적 논리 없이 시민의 접근을 막는 전용 무기로 전락했다.
시의회가 입을 닫은 정보들은 하나같이 의회의 도덕성과 직결된 예민한 사안들이다. 시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수위 의결 과정'과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최종징계 결정 자료 일체'에 대해 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세부 내용은 붙임 파일로 돌리며 공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특히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의원 공무국외출장'과 관련해서는 더욱 폐쇄적이다. 제안서 평가위원 구성이나 협상 절차 검토 공문 등에 대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준다"거나 "법인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대며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정책지원관 채용 당시 면접 질문과 채점 기준 역시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숨겼다. 시민들 사이에서 "의회가 감추는 것이 곧 의혹의 핵심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시의회는 비공개 결정이 내부 결재 절차를 거친 조직적 판단이라고 강변하지만, 결재 문서의 실상은 처참하다. 주무관부터 팀장, 과장, 전문위원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도장을 찍지만, 문서 어디에도 왜 해당 정보가 비공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없다. 단지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복사해서 붙여넣기'식 행정으로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겸직 신고서 사본 등 당연히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의원들의 신상 관련 정보조차 '개인정보 보호'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부분공개 처리하며 검증의 칼날을 피해 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주시의회의 행태를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규정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판단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은 행정의 자의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회가 스스로의 판단 근거조차 설명하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전주시의회는 '강한 경제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라는 화려한 슬로건을 모든 문서 상단에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치부가 달린 정보 앞에서는 '강함' 대신 '비겁한 침묵'을 선택했다.
시민을 위한 수도를 자처하면서 정작 주인인 시민의 눈을 가리는 이중적 태도는 모순적이다. 시의회가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공개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보여주지 않는 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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