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관절염이겠지."
관절 통증을 느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넘긴다. 하지만 고관절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선천적이거나 성장 과정에서 생긴 작은 구조적 차이가,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30~4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7일 한림대학교 의료원에 따르면, 평소 요가와 스트레칭을 즐기던 30대 여성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어느 순간부터 특정 동작을 취할 때마다 사타구니 안쪽이 찌릿하게 아팠다. 유연성이 부족해서 생긴 통증이라 생각한 A씨는 오히려 스트레칭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절뚝거리며 걷게 되면서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원인은 '고관절 이형성증'. 선천적으로 골반이 허벅지 뼈를 충분히 덮지 못해 관절에 무리가 쌓였고, 이미 연골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이른 나이에 인공 고관절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형외과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에 의한 관절염은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찾아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질환"이라고 밝혔다.
고관절 이형성증은 초기 단계에서는 전조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성인이 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시작되더라도 허리나 허벅지 근육 문제로 오인해 방치하기 쉽고 이 상태로 고강도 운동이나 반복적인 스트레칭을 지속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누적돼 연골 손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고영승 교수는 "연골이 다 닳은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자칫 이른 나이에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사타구니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인해 관절염이 말기까지 진행되었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변형된 골 구조에 맞춰 인공관절을 얼마나 정확한 각도로 삽입하는 수술로,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수술 후 탈구나 다리 길이 차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림의료원은 로봇 인공 고관절수술로 정밀도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수술 전 3D CT 촬영을 통해 환자의 골반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환자 맞춤형' 수술을 계획한다. 인공관절이 들어갈 최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수술 중에는 로봇 팔이 절삭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해 정상 뼈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특히 로봇수술의 핵심은 '생체 역학적 재건'의 최적화다. 환자마다 다른 다리 길이, 관절의 회전 중심, 대퇴골두와 골반 사이의 수평 거리인 '오프셋' 등을 수치화하는 것이다. 인공관절이 기능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므로 수술 후 관절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 환자는 비구와 대퇴골의 변형이 심해 정교한 술기가 요구된다"며 "로봇을 활용하면 3D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고유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체 역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함으로써 수술 후 탈구율을 낮추고 보행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고관절수술 후에는 관절 손상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 과도하게 허리를 숙이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고영승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좌식 문화는 고관절에 무리를 주기 쉬우므로 침대와 의자를 사용하는 입식 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며 "수술 후 적절한 체중 관리와 꾸준한 근력 운동은 인공관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넘어 환자 본인이 통증 없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되찾고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관절 이형성증(상병코드 M16.2, M16.3)’ 환자수는 지난해 7842명으로 최근 5년간 171% 급증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환자가 5616명으로 남성 2226명보다 2.5배 이상 많았으며, 전체 환자 중 30~50대 활동기 연령층이 27.5%를 차지했다.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의 증가는 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진단되지 않았던 미세한 이형성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또한 통증을 참고 살기보다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삶의 질을 높이려는 환자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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