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4분기 실적 동반 적자 가능성
전기차 수요 둔화·가동률 하락에 수익성 압박
ESS·로봇 등 비전기차 사업 전환 가속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중국 등 글로벌시장 경쟁 심화와 함께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비전기차 영역으로의 사업 전환이 실적 저점 통과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번 주부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8일,LG에너지솔루션 29일, 삼성SDI는 2월 2일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 실적을 통해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공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3328억원을 반영한 수치며 이를 제외할 경우 총 45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삼성SDI 역시 적자 흐름이 이어져 에프앤가이드는 영업손실을 3076억원으로 예상했다. SK온도 약 32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적 부진 배경은 배터리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지속된 점이 꼽힌다. 또 주요 시장의 정책 환경 변화가 수요 위축을 가속화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말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요 둔화에 따라 주요 완성차 및 소재 업체들의 계약 축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포드와 FBPS 등과 체결했던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엘앤에프는 테슬라와의 약 3조8000억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이 대폭 축소됐고, 포스코퓨처엠 역시 제너럴모터스(GM)와 체결한 양극재 공급 계약 규모를 기존 대비 크게 줄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경우 이 같은 계약 조정 사례는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50만대에서 올해 11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환경 악화 속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해 1~11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9.2%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3사의 점유율은 모두 하락했다. 국내사들은 삼원계(NCM) 배터리의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 왔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확산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각중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망 안정화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ESS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314GWh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탑재 용량은 작지만 고출력·고안전성이 요구돼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장착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NCM 배터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둔화는 향후 2~4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점유율 하락 속에서 ESS와 로봇을 축으로 사업 구조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비상 국면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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