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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IT/인터넷

네이버·카카오 넘어선 경쟁…판교는 지금 ‘그룹 단위 보상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최빛나 기자

판교 IT 업계의 인재 시장이 개별 법인을 넘어 '그룹 단위 보상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연봉과 스톡옵션, 장기 인센티브 설계가 계열사 전체 기준으로 묶이면서 채용과 이직의 기준 역시 '회사'가 아닌 '그룹'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교에 본사를 둔 주요 IT·게임 기업들은 핵심 개발자와 AI 인력 확보를 위해 그룹 차원의 통합 보상 체계를 강화한다. 모회사와 주요 자회사 간 성과급 기준을 연동하거나, 그룹 공통 스톡옵션 풀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법인 단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보상 규모를 그룹 차원에서 흡수하는 구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요 기술 직군에 대해 계열사 간 이동을 유연하게 운영한다. 인재를 한 법인에 고정하기보다, 그룹 내 프로젝트 단위로 배치하는 전략이다.

 

한 대형 플랫폼사의 인사 담당자는 "개발자들이 이제는 '어느 법인에 입사하느냐'보다 '이 그룹 안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느냐'를 묻는다"며 "보상 역시 단기 연봉보다 장기 인센티브와 주식 가치까지 본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비슷하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그룹 차원의 보상을 설계한다. 흥행 타이틀이 나올 경우 개발 자회사뿐 아니라 주요 지원 조직까지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회사별 손익이 명확히 갈렸지만, 지금은 대형 IP 하나가 그룹 전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며 "보상도 그룹 단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AI 인재 확보 경쟁이 직접적 배경으로 꼽힌다. 대규모 언어모델, 클라우드, 커머스, 콘텐츠 등 복합 사업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인재에게 다양한 성장 경로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판교 소재 AI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 그룹과 인재 경쟁을 하면 연봉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며 "그들은 계열사 이동, 글로벌 프로젝트, 상장사 주식 보상까지 패키지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 갈등도 커진다. 계열사 간 처우 격차가 표면화되면서 일부 법인에서는 '본사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조 교섭 과정에서 제기된다.

 

한 IT업계 노무 전문가는 "동일 그룹 내에서도 핵심 사업과 비핵심 사업 간 보상 격차가 벌어진다"며 "그룹 단위 보상이 확대될수록 내부 형평성 이슈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 역시 판교의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한다.

 

한 VC 파트너는 "이제 개발자들은 특정 법인이 아니라 네이버그룹, 카카오그룹처럼 '체급'을 본다"며 "주가와 글로벌 확장성, 투자 여력까지 보상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결국 판교 IT의 인재 시장은 연봉 협상 테이블을 넘어 자본시장과 연결된 구조로 진화할 전망이다.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그룹 간 체급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판교는 사실상 하나의 '그룹 단위 보상시장'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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